일본으로 2박 3일 여행을 다녀오게 되면서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 녀석이었습니다.

출발하는 날과 돌아오는 날에 밥을 듬뿍 줄 수 있으니까

사실 밥을 아예 못 주는 것은 단 하루고,

주변에 다른 챙겨주시는 분들이 있어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었으나

어쩐지 계속 신경이 쓰여 결국 여행 둘째 날에 꿈까지 꾸었지요.

이 정도면 참 나도 심하다, 싶어 일본에서도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동네에 도착하자마자 헉헉거리며 언덕을 올라 녀석을 찾아보았습니다.

차 밑에서 자다가 데면데면 아는 체를 하더니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합니다.

 

 

 

 

 

매의 눈으로 다른 사람들이 있나 없나를 살피더니,

 

 

 

 

 

"집사야 왔냥?"

 

부비부비 인사를 하기 시작합니다.

이러니 어딜 가나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지요.

밥부터 줘야 할 것 같아 같이 있던 친구에게 카메라를 맡기곤 집에 들어갔습니다.

짐만 풀어놓고 아버지와 몽돌이에게는 미안하지만 간단한 인사만 하고

사료를 챙겨 다시 나왔습니다.

 

 

 

 

 

얼룩아 어서 밥 먹어, 하고 주었더니

고개를 박고 정신없이 먹기 시작합니다.

 

 

 

 

 

길고양이 치곤 밥을 굶어본 적이 거의 없는 애라

이렇게 허겁지겁 먹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아무래도 하루 동안 챙겨준 사람이 없었거나

챙겨주었는데도 많이 먹지 못했나 봅니다.

복잡한 마음이 들어 가만히 녀석을 바라보고 있는데

친구가 이걸 봐야 한다며 조심스레 카메라를 건네줍니다.

제가 잠시 집에 들어갔던 오분여 동안 녀석이 기다리는 모습을 찍어두었다 합니다.

 

 

 

 

<카메라에 담겨있던 사진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달려가더니,

 

 

 

 

 

이렇게 현관문 앞에 가만히 앉아,

 

 

 

 

 

대문을 바라보며 기다렸다고 합니다.

 

 

 

 

 

제가 나올때까지 그렇게 계속 기다렸다고 합니다.

 

그 후로 부모님에게 들은 얘기로는,

제가 없던 날 눈에 띄게 기다리지는 않았고

늘 있던 자동차 밑에 있길래 집에 있던 소시지를 던져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먹지를 않고 도망가서 다른 녀석이 먹었다고 하네요.

이런 바보 같은 녀석 때문에 이제 멀리 가지도 못하겠습니다.

 

이런 녀석을 보며 누군가는 집 생활을 권할지도 모르지만

얼룩이처럼 길고양이로 태어나 야생에서 성묘로 커버린 녀석들은

누군가를 따른다고 해도 집 생활을 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얼룩이만 하더라도 저렇게 저를 따르지만 한 번도 손길을 허락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길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도와주면서

감정적으로는 늘 적당한 거리를 지켜야 하니 그것이 늘 어렵습니다.

 

 

 

 

 

이런 심각한 고민을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밥을 다 먹고 기분이 좋다며 발라당 누워버렸습니다.

 

"집사야 멀리 가지만 않으면 되는건데

무슨 고민을 그렇게 하는거냥~"

 

하는 듯한 표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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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몽실언니
    2013.09.23 11:14

    에공.. 얼룩이 집사가 없는 동안 집사가 얼마나 보고싶었으면.. 얼굴에 그리움이 가득하네요..라흐님과 얼룩이는 이제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거네요..^^


  2. 2013.09.23 18:00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09.25 10:1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ㅎㅎ 말씀은 잘 알겠지만 길에서 나름 영역을 잘 잡고 살고있는 녀석을, 걱정된다는 이유만으로 함부로 집에 들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런 결정에는 가족간의 상의도 있어야 하고요, 블로그 자세히 보시면 아시겠지만 강아지도 있는 집이라 서로가 잘 적응할지의 문제도 큽니다. 돌보고 있는 길고양이를 전부 다 집에 들여서 키울 수 있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겠죠. 현실적으로 그렇게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길에서라도 그대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3. Favicon of https://rurbanlife.com 금선
    2013.09.23 18:26 신고

    이녀석보니 노랑이 생각나요. 킁... 오래 살아라.

  4.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3.09.23 20:37 신고

    얼룩이의 그리움이 느껴져요~~~~ 문 앞에서 기다리는 얼룩이 모습에 감동~~~!
    오랜만에 라흐님을 봐서 그런지 오늘따라 얼룩이가 사랑스러워 보여요~~~
    첫 사진에 저도 모르게 풉~ 하며 웃음이 터졌고~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짠하고~ 마지막 발라당은 정말 귀여워요~ ^^
    라흐님 말씀처럼 잘 따른다고 집으로 들이는 건 또 다른 문제 같아요.. 그걸 얼룩이가 싫어할 수도 있구요~~
    정말 거리를 유지하며 한결같이 도와주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얼룩이도 라흐님도 홧팅입니다~~! ^^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09.24 14:4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첫번째 사진 ㅋㅋ "나 한가하다냥" 포즈에요^^ ㅋㅋ
      길고양이라서 마음 아플 때도 많고, 이제 정이 많이 들다보니 더 손을 뻗치고 싶을때도 있지만, 어느정도는 너의 삶이려니 하고 생각해야하는 것 같아요. 그걸 어쩌면 저 녀석도 알기 때문에 일정거리를 유지하는건지도 몰라요. 늘 응원해주셔서 얼마나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5. Favicon of https://catilda.tistory.com ­틸다
    2013.09.23 23:02 신고

    아무에게나 들이대고 손 터치도 좋아하고 그러면 정말 고민을 해봐야 하지만, 크게 위험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길생활이 익숙해진 녀석을 집으로 들이는 건 저도 별로 권하고싶지 않아요. 게다가 저렇게 애교냥이가 손을 한번도 허락해준 적이 없다니 그건 의외네요. 둘째는 꼭 구조가 필요한 녀석이 생긴다면 한번 생각해보셔요. 멍이랑은 제 경험상 서로 모르는척 하고 남남처럼 살거나 친해지거나 둘 중 하나더군요ㅋㅋ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09.25 10:24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아마 저희동네에서 저 녀석을 제대로 만져본 사람은 한명도 없을거예요. ㅎㅎ 어미인 야옹이가 워낙 경계심이 강해서 그런지 새끼때부터 사람 손은 본능적으로 피하더라구요. 사실 저 녀석이 손 터치도 좋아하고 아무한테나 발라당 거렸으면 집으로 들이는걸 심각하게 고민했을것 같아요. 그나마 저를 잘 따라서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 저 사물에 대고 '부비부비'하는 거랍니다. ㅋㅋ

  6.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3.09.24 00:14 신고

    전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터라 거리감 같은 건 없지만 확실히 길고양이들을 챙겨주시는 분들은 그런 고민이 있는 것 같더군요. 너무 사람 손 타면 행여 나쁜 사람 손에 걸려들까 걱정도 되고 그러면서 밥 잘 먹었다고 애교부리면 흐뭇해지고... 무리하실 필요 없이 지금 그대로 관계를 유지하면 될 것 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09.24 14:3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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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ㅎㅎ 맞아요 아마 저 뿐만 아니라 길고양이를 챙기는 많은 분들이 꼭 직면하게 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뭐든 자연스러운게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아직까지는 이대로가 제일 자연스럽고 문제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나 나중에 저 녀석이 추운 겨울날 집으로 들어오겠다고 한다거나 야생에서 살아가는게 힘들어보일때면 가족들과도 상의해서 함께 살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고있어요.^^

  7. Favicon of https://lattecat.tistory.com latte cat
    2013.09.24 20:53 신고

    이제 얼룩이 에게는 라흐님이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버렸네요. 그만큼 라흐님이 얼룩이 에게 애정을 많이 쏟고 최선을 다해서 기르신(?) 덕분이에요 ㅎㅎ 물론 제 일은 아니지만 얼룩이 끝가지 잘 길러주세요~^^ 얼룩아 너도 앞으로 잘 지내봐 ㅎㅎ

  8. 으아아..
    2014.12.01 03:24

    심장 쿵...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