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녀석을 처음 만났던 건 지난 주말, 바람도 쐴 겸 모처럼 큰마음을 먹고 버스를 두정거장이나 타고 간 어느 공원에서였습니다. 이 공원에는 어디 고양이가 없을라나, 하며 여느 때처럼 주변을 두리번 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양이는 보이지 않고 어느 비석 앞에서 젊은 남자가 휴대폰으로 찰칵, 하고 사진 찍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뭔가 유명한 게 있나 보다 하고 따라가보니 비석 아래에서 온화한 표정으로 잠을 자고 있던 길고양이, 흰돌이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올라갈 길이 없어 녀석이 낮잠을 청하기엔 안성맞춤인 듯 보이는 곳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길고양이에 신이 난 저는 사방팔방에서 녀석의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귀찮은 듯 몸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여전히 잠이 오는 듯 꾸벅꾸벅 조는 흰돌이.

 

 

 

 

 

번쩍, 이제는 못 참겠다는 듯 드디어 눈을 떴습니다.

 

"대체 무슨 소란이냥"

 

 

 

 

 

"너냥? 나의 단잠을 깨운 것이?"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는 흰돌이.

 

 

 

 

 

인기척 소리를 느끼면 어디론가 가버릴 줄 알았으나, 녀석은 계속 그 자리에서 주변을 둘러보며 하품을 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어딘가 갈 채비라도 하는 듯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더니,

 

 

 

 

 

출동!

녀석은 어디로 가려고 하는 걸까요.

 

 

 

 

 

"냐아아~~!!"

 

녀석이 온 곳은 황당하게도 제가 있는 곳이었습니다. 하도 매서운 눈빛으로 냐아아!! 하며 우다다 달려오길래 잠을 깨웠다고 항의라도 하러 오는 줄 알았습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겨를도 없이 연신 저에게 몸을 비비고 박치기를 하더니, 깜박했다는 듯 갑자기 길바닥에서 그루밍을 하기 시작합니다.

 

 

 

 

 

지나가는 사람을 향해 똥꼬를 내보이며 그루밍을 하는 것은 기본이요,

 

 

 

 

 

공터에서 하는 축구를 관람하기 위해 사람이 앉는 벤치에 함께 앉는 것은 옵션인 이 녀석. 주말에는 낮잠을 실컷 잔 뒤 축구 생중계를 보는 것이 이 녀석의 일상이었던 걸까요. 야 이 녀석아, 그렇게 조심성이 없어서 어떡하냐. 말해보아도 너나 걱정해라냥~! 하는 듯 쿨하게 무시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결국 어쩌겠냐 싶은 마음으로 녀석과 함께 벤치에 앉아 축구 관람을 하고 사람들 구경을 했습니다. 공원에는 데이트하러 나온 연인들, 학교에서 공연을 하기로 한 듯 춤 연습을 하던 여학생들, 열정적인 표정으로 체조를 하던 아저씨 아주머니들,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혼자였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풍경을 이 날 만난 흰돌이 덕분에 여유롭게 마음에 담고 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 만났는데도 오래 알던 사이처럼 가까이 다가와 살갑게 굴던 녀석, 이 녀석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길래 사람에게 이리도 친근한 걸까요? 똥꼬 발랄한 흰돌이에게 정신이 팔려 늦은 시간까지 이곳에 있다 보니 운 좋게도 녀석을 돌봐주시는 캣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흰돌이가 이 공원까지 오게 된 사연, 그리고 그 주변의 많은 친구들에 대한 얘기는 앞으로 하나하나 풀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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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3.10.08 21:58 신고

    꼬리 앞으로 말고 앉아서 조는 모습이랑 기지캐 켜는 모습 넘 귀여워요~~~~!!
    처음 봤는데 넘 살가운 흰돌이를 보니 왠지 걱정이 앞서네요... 사람 손에 있던 냥이일까요.. 아니면 주변 사람들이 좋아서 흰돌이를 잘 돌보아준 덕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걸까요..
    왠지 시크하면서도 다정한 흰돌이 앞으로 기대할게요~~~ 사연도 넘 궁금해요~~~ㅎ ^^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0.10 16: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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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래 성격이 살가운 녀석이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누가 이사가면서 버리고 간 애래요....ㅠㅠ 정말 무슨 천벌을 받으려고 그런 짓을 하는지.. 그래도 흰돌이는 씩씩합니다. 다른 길고양이 녀석들을 너무 귀찮게 한다고 잔소리 들을 정도예요.^^

  2. Favicon of https://catilda.tistory.com ­틸다
    2013.10.09 00:31 신고

    꼭 저런 늠들이 있다니까요.
    이뻐라~ 하면서도 속은 저래 사람 경계없어 우짜나 싶어 걱정~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0.10 16:54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러게 말입니다.ㅠㅠ 사람 손길을 너무 좋아하더라구요. 집에서 살다 온 녀석이니 말할 것도 없지요. 살면서 해코지 당하지 말아야할텐데..

  3.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3.10.10 00:20 신고

    하품이랑 기지개를 아주 제대로 찍으셨네요~
    전 고양이 기지개 중 저 자세가 제일 좋아요~ 정말 발꼬락 끝까지 편다는 느낌이 들어서ㅎㅎㅎ
    그나저나 고양이나 사람이나 첫인상으로 판단하면 안되나 봐요~ 시크할 줄 알았더니 살가운 냥이였네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0.10 16:5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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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요~ 온몸에 피가 돌 것 같은 저 자세! ㅎㅎ 저 사진을 찍은 렌즈가 기본 화각 단렌즈여서, 실제 거리가 딱 저 정도였거든요. 저한테 달려올 거라곤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덕분에 산책 가려고 잠깐 나갔다가 해질 때가 되어서야 돌아왔죠.^^;

  4. 길냥이애처로움
    2013.11.18 22:55

    올해 날씨도 춥다는데 냥이들이 이 겨울을 어찌 보낼지 눈물이 납니다.저 공원은 어디 인가요? 집근처라면 사람들 눈에 안띄는 곳에 몰래 라면박스집이라도 만들어서 숨겨 놓고 오고 싶어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1.19 09:4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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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관리하시는 분의 반대가 심해서 물그릇 하나도 못놓는 상황이에요. 저도 몰래 겨울집 놔주려고 스티로폼 박스 주문해서 준비하고 있었는데 다 무산됐어요. 구석에 숨겨놓은 그릇도 찾아내서 버리는 마당에 집까지 놓으면 여기서 애들 돌보시는 캣맘이나 길아이들한테 분명 피해가 갈겁니다.ㅠㅠ 안됐지만 안전이 우선이죠.

  5. 길냥이애처로움
    2013.11.21 00:10

    사람들 마음이 왜이리 강팍한지 모르겠네요..압구정동 아파트에서는 길냥이를 떼 죽음시켰더랬지요..살아있는 생물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는가 봅니다.조심히 행동하셔야 겠네요..캣맘들과 길냥이들에게 응원을 보냅니다..부디 추운겨울을 무사히 보낼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