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참으로 쓸쓸한 계절..

 

 

 

 

 

나뭇잎들은 하나 둘 떨어져가는데

이 쓸쓸함을 나눌 친구 하나 없네

 

 

 

 

 

외로운 이 내 마음을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을까

살포시 근처에 다가가 보지만

 

 

 

 

 

결국 남는 것은 나 하나

쓸쓸한 가을 고양이 한 마리 뿐이라네

 

 

 

 

 

아까부터 멀뚱히 옆에 앉아있는 이 인간에게라도 말을 걸어볼까..

길고양이 선배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늘 경계하라고 하던데,

하지만 친숙한 사료 냄새가 솔솔 나는걸.. 

아마 나쁜 사람은 아닐 거야,

그래 시도해 본다고 손해 볼 것도 없지!

 

"야..옹?"

 

 

 

 

 

그래 흰돌아~ 토닥토닥..

 

"앗.. 이.. 이 손길은!!"

 

 

 

 

 

"삐친 고양이의 마음도 금세 녹여준다는 바로 그 쓰담쓰담?!

너무 쉽게 마음을 주면 안되는데..

그릉.. 윗목도 부탁한다냥.."

 

 

 

 

 

"그릉그릉.. 그릉그릉.."

 

 

 

 

 

깊어만 가는 가을,

쓸쓸한 고양이의 등을 다독여 주세요.

 

 

 

 

흰돌이의 첫 포스팅 글을 보고 많은 분들이 어디서 온 녀석이지? 하고 궁금해하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길고양이 답지 않게 사람 손길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또 익숙해하는 녀석인데요, 안타깝게도 흰돌이는 태생이 길고양이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인근 마을에서 누군가가 키우던 집고양이었다고 하네요. 주인이었던 사람(혹은 사람들)이 이사 가면서 이 녀석과 동생 고양이를 버리고 갔고, 둘은 한동안 집 근처 골목을 전전하며 지냈다고 합니다. 불행 중 다행히도 녀석들을 가여워하던 주민들의 도움으로 끼니는 면하며 살았던 것 같은데, 무슨 사유인지 동네 학생들이 녀석들을 이 공원으로 데려다 놓았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많고 로드킬의 위험이 있는 주택가보다 여기가 더 나은 곳이라 여겼던 걸까요. 전해 들은 이야기라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확실히 이곳은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넓은 수풀이 있어 로드킬 걱정이 없고, 7년째 매일 이곳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며 녀석들을 보호하고 있는 캣맘이 계시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번 버려진 기억이 있는 녀석의 상처는 누가 보듬어 줄 수 있을까요. 집고양이로 성묘가 될 때까지 자란 고양이는 버려진 뒤 행여 길에서 살아남는다고 해도, 이미 사람 손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에 보통의 길고양이와는 야생성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대체로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기 때문에 그로 인한 수많은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길에다 버린다고 길고양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누군가가 버린 고양이로 길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인간의 선택으로 집고양이로 살다가, 다시 인간의 선택으로 길고양이가 되어 살고 있는 흰돌이. 한 생명을 길들이고 또한 버릴 수 있는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최근에 동생 고양이는 다른 분에게 입양을 가서 다시 집고양이로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녀석은 여전히 여기에서, 활기차고 씩씩하지만 늘 사람 손을 그리워 하면서,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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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Favicon of https://katzen.tistory.com 고양이두마리
    2013.10.10 09:42 신고

    이런 아이들이 훨씬 더 마음이 아파요
    원래 길태생인 아이들보다...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0.16 18:2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고양이두마리님..ㅠㅠ 지금까지 써주셨던 댓글들을 이제야 봤어요. 스팸 문구에 '고양이'가 되어있더라고요. 허.. 왜 그리된건지 모르겠어요. 이제야 어떻게 하는건지 알고 수정해 놓으면서 그동안 써주신 댓글 보고 너무 미안했어요..ㅠㅠ 아이고 죄송했어요.

  2.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3.10.10 15:36 신고

    길에서 자라 사는 냥이들의 삶도 험난하지만 집 생활에 익숙해졌다가 거리로 내몰린 애들을 보면 얼마나 막막할까 싶습니다. 지그시 눈감고 있는 흰돌이 엉덩이를 토닥여주고 싶네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0.11 12:5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나마 길 생활이 성격에 맞는지 활기차게 잘 다니긴 하는데.. 이런 녀석을 보면 참 인간이 미워집니다. 한 생명을 버리고 잠은 오는지 말이죠. ㅠㅠ

  3. Favicon of https://catilda.tistory.com ­틸다
    2013.10.10 18:11 신고

    사람 손길 거부하지 않는 녀석들 보면 확실히 뭔가 남다른 사연이 있긴 있어요.
    이런 애들 보면 정말 속상해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0.11 12:56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맞아요. 그래서 사람 손길을 안무서워하고 따르는 녀석을 보면 괜히 마음이 더 무거워져요.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거나 아니면 곧 무슨 일이 생기기 쉽더라구요.

  4.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3.10.10 20:24 신고

    식빵굽는 흰돌이 넘 귀여워요~~~ 낯선 사람에게 바로 등을 내주고 쓰담쓰담을 허락하는 흰돌이... 거기에 그릉그릉까지..
    넘 사랑스러우면서 넘 안쓰러워요~~ ㅜㅜ 그래도 7년을 돌보아주는 분들이 계시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동생이 안 보여서 혹시나 염려했는데 잘 되엇군요~~ ^^
    맘 속 깊은 곳의 상처는 완전히 지울 수 없겠지만 앞으로 정말 오래오래 건강히 살았으면 좋겠어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0.11 12:5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이 지역은 그 캣맘께서 온 길고양이들을 다 챙기시더라구요. 애들한테 밥 주시는 걸 지켜봤는데 하루에만 수십개씩 캔이.. 저는 동네 애들만 몇마리 먹이는데도 캔은 비싸서 잘 못사거든요. 그나마 그런 분이 있어서 흰돌이도 깨끗하고 건강한 것 같아요.^^

  5.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Hansik's Drink
    2013.10.11 18:54 신고

    너무너무 귀여운 모습이네요 ㅎㅎ
    피하지 않는것이 참 신기해요 ^^

  6. Favicon of https://medgirl.tistory.com MedGirl
    2013.10.14 20:41 신고

    에고.. 사람 손에서 키워진 고양이는 많이 순할텐데요...그 사람들은 왜 흰돌이를 버렸을까요? 그나마 공원에서 살아서 다행인 것 같아요.. 마음이 짠하네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0.15 12:2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흰돌이 뿐만 아니라 형제들까지 다 버리고 이사 갔대요. 아마 작정을 하고 버리고 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키우지 않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죠.

  7. Favicon of https://lincat.tistory.com 적묘
    2013.10.17 09:03 신고

    ..... 입양한 아이를 버리고 간 사람도 봤어요...
    커다란 허스키를 버리고 간 사람도 봤죠..

    고양이든 아이든, 가족이 아니라 그냥 짐이 된다면...
    버릴 수 있는 것이 사람이라는 게...무섭지요.

    사실 그런 냉정함이 가장 자연에 가까운 건지도....

    인간의 도덕이란 도와 예란 것은 정말 부자연스러운 거긴 하니까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0.17 11:00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인간이기 때문에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었을 거란 생각때문에 더 이해가 안가는 것 같아요. 흰돌이의 경우 버려졌을 당시는 태어난지 반년도 안됐을 때니까 마음만 먹으면 입양도 어렵지 않았을 거예요. 야생에서의 짐승들의 냉정함은 사실 생존에 의한 거라서.. 그에 비해 인간의 냉정함이란 다른 선택을 할 여유가 있는데도 그러는 거라 좀 잔인함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