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었는데 건물 안에 똥을 쌌다고 의심을 받았던 몽돌이와, 급격히 추워진 날씨에 몸을 피하기 위해 건물 안에 들어왔다가 갇히는 바람에 똥을 싸놓고 간 누렁이. 진범을 꼭 잡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셨던 3층 아주머니와, 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도 말 한마디 쉽게 할 수 없었던 길고양이 집사 겸 견주까지. 모두 다 편치 않았을 며칠이 지나고 주말이 왔다.

 

 

 

 

 

문제의 건물 계단은 이미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락스로 청소를 한 뒤였고, 현관문에도 수도가 동파될지 모른다는 핑계로 안내문을 써 붙여두었으니 더 이상의 큰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외출 후 돌아와서 현관문을 여는데 문득 익숙하지 않은 광경. 누군가가 누렁이가 숨어있었던 건물 계단 밑 구석을 나무 판자며 박스로 덕지덕지 막아버린 것이었다. 누렁이 녀석이 작은 건물 안에 갇혀 며칠 동안 문 열어달라 울어대고 똥까지 두어 번 싸놓고 갔으니 건물 출입을 막는 것에는 할 말이 없었지만, 나무 판자며 박스를 급하게 대놓고 그걸 또 누런 테이프로 사정없이 발라버린 그 광경을 보자 일단 불쾌감이 먼저 일었다. 공동 창고로 쓰던 그곳을 고양이의 출입을 막겠다며 다른 주민들과의 협의도 없이 막아놓고 그 안에 있던 대걸레 다섯 자루까지 현관 벽에 다 내놓은 그 상황. 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누가 그런 것인지 혹시 봤느냐고 아버지에게 물으니 3층 아주머니와 2층 할머니가 함께 한 것이라고 한다. 아버지가 교회 갔다 오시는 데 두 분이 고양이가 자꾸 들어온다며 그곳을 막고 있었다고.

 

 

 

 

"우리도 아무 데나 똥을 싸는 말썽을 일으키고 싶지는 않아요"

 

집에 들어와서 몇 시간을 내내 고민하다가 어린 내가 직접 얘기하는 것보다는 연장자인 어머니가 얘기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 함께 올라갔다. 말을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고양이를 좀 봐달라는 게 아니라, 현관문을 닫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들어올 수 없을 텐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다. 2층에 가서 "할머니~ 계단 아래를 다 막아 놓으셨던데요" 하자 귀가 안 좋으신지 계속 큰소리로 "뭐?? 거기를 누가 쓴다고??" 하시는 바람에 어머니 목소리도 점점 커져만 가고.. 정작 할 말은 하지 못한 채 언성만 높아지는 상황에 그걸 또 3층 아주머니가 들으셨는지 "엄마!! 왜 그래!!" 하며 쿵쿵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도심에서의 흙 찾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랍니다" 화장실을 찾는 듯 시멘트 바닥을 긁어보는 누렁이.

 

"고양이가 계속 들어온다니까요!!" 라며 화 내시는 아주머니에게, "추워서 들어왔다 갇혔던 거고 현관문만 닫아도 들어오지 못해요" 하자 사람들이 현관문을 가끔 열어놓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자꾸 들어와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고. 얼마 전 건물 안에 똥을 싸놓은 것도 고양이 같은데 나중에 거기서 새끼까지 낳으면 어떡할 거냐며 노발대발. 사실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한둘도 아니고 그런 말 자체가 놀랄 일은 아니지만, 마음이 많이 상한 것은 그분들 역시 때때로 창문 밖으로 먹이를 던져주셨다는 거다. 게다가 지난 여름에는 할머니가 생선이나 멸치 따위를 던져주시고 애들이 대가리 같은 것은 먹지를 않아 벌레가 꼬이는 바람에 행여 민원이 생길까 봐 하루에 두세 번씩 마당 청소를 했었던 터라 나도 모르게 욱, 하고 화가 났다. 그렇게 사람 음식물 주고 정돈 안하실 거면 차라리 먹이 안 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이 목구멍 위까지 차오를 때마다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미워하고 해코지하는 사람들도 많다던데 먹이를 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다, 하며 마음을 달랬었다. 그런데 불편이 생기니 바로 나오는 말은 "그러니까 앞으로 고양이 밥 주지 말자고요" 라니. 살아있는 생명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거나 그걸 중단하는 일이 그렇게 간단한 건가. 말다툼이 길어지니 마치 이 모든 문제의 해결책은 고양이에게 밥을 주지 않는 것 외에는 없는 것처럼 말이 오가고 있었다.

 

 

 

 

"거 참! 인간들 별 걸 가지고 다 싸운다냥!"

 

어르신들의 대화 중간에 겨우 끼어들어 이미 막아버린 곳은 내가 다시 깨끗하게 정리를 하기로 하고, 고양이들은 내쫓아 봤자 영역 동물이라 다른 고양이들이 또 올 텐데 차라리 대부분이 중성화가 된 이곳 녀석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편이 말썽이 적을 거라고 설명했다. 아주머니와 할머니는 시에서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한다는 말도 금시초문이었는지 그런 것도 다 있어? 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그럼 신고를 하면 수술하고 다시 데려와 줘요? 하며 조금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으시던 아주머니. 당연히 수술 후 제 영역에 방사를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을 했더니 그럭저럭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올라가셨다. 어쩌면 정말 길고양이 문제에 대해 밥을 주지 않고 쫓아내는 것 외에는 방법을 모르셨던 건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고양이 똥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인간들의 사소한 말다툼으로 끝이 났고, 밖에서 사는 녀석들은 인간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길고양이 다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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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Favicon of https://happy-q.tistory.com 해피로즈
    2013.12.18 09:19 신고

    글을 읽으며 위에서 세번째 사진을 보노라니 가슴이 싸르르 아파집니다.
    저 조그만 것들이 살아가기 이렇게 힘든 세상..
    새삼스럽게 너무 가여운 저 작은 생명에 눈물이 나고 울컥 하네요.
    길고양이에 인색한 사람들한테 가서 얘기를 시도한다는 자체가 참 힘들더라구요.
    얘기하러 가기도 전부터 우선 가슴이 뛰는 스트레스..

    하긴 우리들 애묘인들보다 모르는 게 더 많은 사람들이니
    몰라서 하는 행동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가고 싶은 마음..
    절대로 끝까지 인색 떠느라 그런 건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에 또 울컥..

  2. Favicon of https://katzen.tistory.com 고양이두마리
    2013.12.18 09:32 신고

    가벼운 동정심과 무거운 이기심이 공존하는 마음 속을 봅니다.
    몇몇이 어찌할 수 없다는 것도...

  3.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3.12.18 14:40 신고

    걱정하며 기다렸답니다;ㅁ;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고양이의 습성이나 중성화 사업 같은 걸 좀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된다면
    더 따뜻하게 대해주지는 않더라도 지금보단 좀 덜 박대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4. Favicon of https://lincat.tistory.com 적묘
    2013.12.18 21:59 신고

    파리의 길고양이들이던가..

    그 책이 저희 집에 있는데
    역시 같은 이유로 유럽에서도 문제 해결이 되지 않더라구요.

    도시화라는 잔인한 현실이지요.
    사실... 노숙자문제나 길고양이 문제나 떠돌이개나....

    다 그선에서예요..

    낙오된 자랄까요..

    그래서 제가 철거촌 고양이를 찍을 때 느낌이 그랬었어요.
    나도 얘네랑 다를게 없어서
    서울에서 쫒겨나는 거구나...

  5.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Hansik's Drink
    2013.12.18 22:46 신고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겨울이 다가오니 너무 안타깝네요..

  6.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3.12.18 23:31 신고

    아고.. 고생하셨어요... 저도 많이 속상하네요....
    물론 몰라서 그랬겠지만 무지는 바로 무관심과 잘못된 고정관념인 것 같아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고양이가 어쩐 동물인지 알 수 있을텐데요... ㅜㅜ
    이제 겨울 시작인데 얼룩이도 누렁이도 다른 냥이들도 이 겨울 잘 견뎌냈음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