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사는 지역에는 저마다 한 영역을 주름 잡는 '왕초 고양이'가 있습니다. 이 왕초 고양이의 명예는 수컷이라고 해서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영역 안에 있는 암컷 고양이들을 보호하고 외부 고양이들의 침입을 막는 등 그들의 영역에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아직 길생활이 익숙하지 않은 꼬꼬마 고양이들에게 야생에서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거나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들을 돌보는 등 '아버지'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커다란 풍채와 강인한 인상, 서열 싸움으로 인한 명예의 상처가 가실 날이 없는 고양이가 주변에 있다면 그 녀석이 바로 왕초 고양이입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요즘 흰돌이 소식이 뜸해서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습니다. 사실 흰돌이뿐만 아니라 이 동네 녀석들을 본 지가 꽤 되었습니다. 나날이 추워지는 날씨에 최근에는 함박눈까지 내려 길고양이의 숲도 온통 하얀 눈밭이 되었었죠. 그런 날씨에 공원을 누비고 다니는 것보다는 바람을 피할 수 있는 어딘가에서 꽁꽁 숨어있는 게 나을 거라 위안하며 매번 녀석들을 보지 못한 채 돌아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걱정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혹독한 한파를 이기는 것도 피할 수 없는 묘생의 일부분이니까요. 다시 녀석들을 만날 수 있을 때까지 지난가을에 찍어두었던 사진들로 이야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사진의 늠름한 풍채를 자랑하는 고양이는 이곳의 왕초 고양이, '흑두' 입니다. 처음 만났을 때 알 수 없는 위압감에 압도되어 깜짝 놀랐는데, 많은 분들이 이 녀석을 보며 하시는 말씀은 "달라도 뭔가 달라!!" 였습니다. 실제로 만나보면 정말 달라도 뭔가 다릅니다. 맹수의 발걸음으로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보노라면 귀여운 고양이다! 가 아닌 오셨습니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보통 왕초 고양이들은 서열 싸움으로 인한 상처가 콧잔등에 가실 날이 없는데, 이 녀석은 감히 대적할 자가 없는 건지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합니다.

 

 

 

 

 

밥을 먹을 때조차도 왕초 고양이의 카리스마를 놓치는 법이 없습니다. "너 인간, 밥 좀 준다고 나를 길들일 생각은 마라!!" 하는 것 같습니다.

 

 

 

 

 

그 사이 어느샌가 사료 냄새를 맡은 황돌이가 접근을 하며 "어이 왕초, 나 먹을 건 꼭 남겨둬야 한다옹" 얘기합니다. 흑두를 보다가 황돌이를 보니 어째 덩치는 비슷한 데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흑두가 넓은 영역을 놓치지 않고 경계하며 꼭 필요한 만큼의 먹이를 먹고 있는 느낌이라면, 황돌이는 "먹을 거다!!" 하며 무작정 달려드는 귀여운 먹보 고양이 같습니다.

 

 

 

 

 

흑두는 먹이를 먹다 말고 별다른 불평도 없이 황돌이에게 자리를 내어주더니, 멀찌감치 뒤에 서서 제 영역을 넓게 바라봅니다. 고등어 무늬 고양이와 황돌이가 안전하게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지켜주기라도 하는 걸까요. 실제로 대부분의 왕초 고양이들은 다른 고양이들이 먹이를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지막에 먹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주변 분들의 말에 의하면 흑두와 황돌이는 원래 왕초 자리를 놓고 다투는 라이벌 관계였다고 합니다. 황돌이가 한동안은 왕초 노릇을 했다가 밀려났다는 소문도 있고요. 지금은 서열이 정리되어서 그런지 그럭저럭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다른 녀석들이 밥을 다 먹은 듯 보이자 그제야 먹기 시작하는 흑두. 그런 녀석의 뒤에는 왕초가 있어서 안심이라는 듯 고등어 무늬 고양이가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겁이 많아 보이는 녀석이었는데 저렇게 인간 앞에서도 조는 걸 보면 흑두가 많이 든든하긴 한가 봅니다. 흑두에게, 혼자 살아남기도 어려운 길생활에 왕초 노릇하느라 수고가 많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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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3.12.23 08:58 신고

    흑두 넘 멋지고 왠지 든든해요~~ 그 근처 길냥이들을 막 보호해줄 것 같아요~~~ㅎ
    흑두와 그 아래 냥이들 암코야이들 모두 겨울 잘 나고 봄에 봤음 좋겠어요~~
    흑두야~ 냥이들을 부탁해~~ ^^

  2. Favicon of https://meeoow.tistory.com 괭인
    2013.12.23 09:05 신고

    정말 "보스~!" 라고 불러드려야 할 것 같은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네요. 보고 있는 제가 다 든든해집니다. ㅎㅎ
    따뜻하고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강인한 고양이들이 요번 겨울, 잘 보낼 수 있으리라 믿어요!
    아 그리고, 사료냄새 맡는 황돌이의 표정은 진짜진짜 귀엽네요. ㅋㅋㅋㅋ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2.24 14:46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황돌이 정말 귀엽죠? ㅋㅋ 너무 귀여워서 확실히 왕초로는 안어울리는 것 같아요 저렇게 밥 밝힐때가 제일 어울려요 ㅋㅋ
      다들 본지가 꽤 됐는데 저렇게 씩씩하게 겨울 잘 나주었으면 좋겠습니다^^


  3. 2013.12.23 10:08

    비밀댓글입니다

  4. Favicon of https://happy-q.tistory.com 해피로즈
    2013.12.23 14:24 신고

    흑두 야는 옷빛깔이 이래서 그렇지, 호랑이같네요.
    칼스마에서 풍기는 포스가 호랑이에요..
    칼스마 뿐 아니고 야 몸 자체에서 호랑이 포스 팍팍 나는군요..ㅎㅎ
    녀석.. 왕초 노릇도 아주 잘 하는갑네.. ㅎㅎ
    그래, 니 고양이들 잘 좀 지켜줘라!! 흑두 멋지구나 홧팅!!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2.24 14:4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실제로 보면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두둥, 둥 이런 효과음이 들린다니까요? ㅋㅋ 왕초 노릇을 얼마나 잘하는지.. 욕심도 내지않고 꼭 다른 녀석들 먼저 챙기는게 웬만한 사람보다 나아요.^^

  5.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3.12.23 23:51 신고

    오, 왠지 카리스마가 느껴져요!
    가끔 이렇게 포스있는 야옹이들을 보면 호랑이 친척이라는게 실감난다니까요~
    하지만 저런 고양이가 애교를 떨면 또 반전매력이 있지요^3^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2.24 14: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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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한테 관심이 없었을 때는 몰랐는데 가만 보면 정말 호랑이의 축소판이더라구요. 다 같은 과라서 그런지 ㅎㅎ 특히 코 부분이 너무 닮았어요. 요즘은 티비에 호랑이만 나와도 아이 귀여워어~~ 이러고 있네요. ㅋㅋ


  6. 2014.01.07 20:31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06 14:4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안녕하세요.^^ 저는 이영준님의 블로그를 알고 있었습니다. 흰돌이가 있는 곳이 제가 예전에 살던 곳이라 근처를 검색하다가 알게 되었었죠. 산책이나 할 요량으로 돌아다니다가 녀석들을 만났는데, 나중에 보니 이영준님이 블로그에서 소개하셨던 녀석들이 많더군요. 정말 반갑습니다.

      어쩌다가 길고양이들과 묘연이 되어서 이제는 생활처럼 녀석들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더 가는 녀석들이 있더군요. 흰돌이가 저에게는 참 그래요. 녀석의 사연은 대충만 알고 있었는데 자세히 알려주신 덕분에 어렸을적 사진까지 보게되었네요.^^

      감기 조심하시고, 저도 종종 찾아가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