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미묘 얼룩이입니다. 오늘은 제가 새해를 맞이해서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집사가 요새 게을러져서 말이죠. 일주일에 세 번은 우리 이야기를 해줄 거라고 하더니.. 길고양이 집사의 일기를 접고 길고양이 얼룩이의 일기로 바꿀까 보다냥! 아무튼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들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오늘은 햇살이 참 따뜻하군요. 꾸벅꾸벅..

 

"얼룩아~ 오늘은 네가 이야기한다며 졸면 어떡해"

 

 

 

 

 

쳇.. 집사야 네 일을 떠넘기더니 팔자가 좋다냥.

 

 

 

 

 

그럼 잠은 좀 이따 자기로 하고, 먼저 누렁이 이야기를 해볼까요? 작년 봄에 태어나 혼자 살아남은 녀석. 집사가 따로 없는 지역에 태어나 배가 고프다고 휴지를 뜯어먹는 걸 우리 집사가 발견했었죠. 집사는 이 녀석에게 정을 주기가 싫었대요. 왜냐하면 저에게도 형제가 셋이나 더 있었거든요. 인간은 우리와 달리 마음이 너무 약해서 친했던 고양이가 고양이별로 돌아가면 너무 힘이 드는가 봐요. 아무튼 그래서 이 녀석을 모른척하려고 했는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나요. 영악한 누렁이 녀석이 몇 번 몰래 밥을 준 집사를 알아보고는 이곳으로 따라온 지도 어느덧 반년이 흘렀답니다. 처음에는 솜방망이 펀치도 날려보고 하악질도 해봤는데, 이제 저만큼 덩치가 커져서 같이 덤벼드니 뭐 그냥 함께 지내는 수밖에요.

 

 

 

 

 

다 큰 녀석이 아직도 애기 같은 지 엄마는 아직도 누렁이 녀석을 예뻐한답니다. 풀 좀 뜯어먹는다고 저 기특해하는 표정 좀 보세요. 누렁이 녀석이 이제는 엄마만큼 커져서 동네 사람들이 네가 엄마니 네가 딸이니 하며 맨날 헷갈려 해요. 최근에는 '누렁이 임신 사건'도 있었죠. 어떤 사람이 집사에게 누렁이 어쩌고 얘기를 하길래 몰래 들어보니, 누렁이가 임신을 한 것 같다는 거예요. 집사에게는 '아깽이 염려증'같은 게 있어서 아깽이 소리만 나오면 얼굴이 새파래지곤 하는데. 근처에 수고양이들은 대부분 인간에게 붙들려 불임수술이 된 터라 저는 의아해했죠. 아직도 배가 똑같이 통통한 거 보면 그냥 살이 찐 것 같아요. 아깽이 노이로제에 걸려있던 집사는 어느 날 제가 쪼그리고 앉아 밥 먹는 걸 보다가 아깽이인 줄 착각했는지 손을 덜덜 떨면서 휴대폰으로 비춰보더라구요. 제가 불쾌한 듯 얼룩팔을 내밀자 그제야 바보 같은 목소리로 너구나? 하며 안심하더군요.

 

 

 

 

 

우리 엄마, 야옹이. 저를 낳고도 두 번이나 더 새끼를 낳았던 우리 동네의 대표 엄마 고양이랍니다. 밥 주는 인간도 끝까지 믿어서는 안된다는 신념 때문에 아직도 불임수술을 하지는 않았지만, 엄마도 더 이상 새끼를 낳기는 싫대요. 혼자일 때보다 더 많이 굶어야 하고 더 많은 영양을 내주어야 하니까요. 제가 다 크고 나서 이 영역을 물려주고 한동안 내려갔었는데, 그곳은 먹을 게 없어서 너무 힘이 들었나 봐요. 누렁이가 집사를 따라 올라올 때 함께 와서 요즘은 식사때마다 얼굴을 비추곤 한답니다. 집사에게는 아픈 손가락 같은 고양이라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어요.

 

 

 

 

 

아빠에게도 최근에 작은 사건이 하나 있었답니다. 12월의 평화로웠던 어느 날, 턱시도를 곱게 차려입고 코에는 짜장을 묻힌 수고양이가 나타나 우리 영역을 넘보려는 거 아니겠어요? 아빠가 얇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녀석을 제압했죠. 날카로운 이빨로 녀석의 어깨를 물고 놓아주지를 않았답니다. 물론 저와 누렁이는 차 밑에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죠. 집에서 자다가 고양이들의 싸움 소리에 놀라 나와 본 집사는 그 광경을 보고 아빠에게 홀딱 반했다고 해요. 맨날 근엄하게 앉아있기만 한다고 영감님~ 이장님~ 하며 아빠 자존심을 긁어대더니 요즘은 근엄이 오빠~ 하고 부른답니다. 가만 보면 인간들은 참 단순한 것 같아요.

 

 

 

 

 

그럼 이쯤에서 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마쳐야겠네요. 계절이 차가울수록, 살기가 팍팍할수록 이렇게 자신을 잘 가꾸어야 한답니다. 우리 모두가 소중하고 예쁜 고양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되니까요. 그럼,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사료와 캔과 따뜻한 햇살이 넘쳐나는 한 해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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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Favicon of https://babohj.tistory.com 바보현자
    2014.01.04 16:44 신고

    저도 이곳에 댓글 남겨봅니다!
    여기서 남기면 잘 남겨지려나?? 그런 생각도 하면서...ㅎㅎ
    얼룩아~~ 식구들 소개하느라 수고했어~~
    이 겨울.. 라흐님 챙겨주시는 밥 잘 먹고~~ 너네 식구들도 모두 건강하길 바란다~~
    라흐님도 건강하기~~~^^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06 15:30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개인적으로는 아고라보다 개인 블로그의 코멘트가 더 반갑습니다^^ 블로거가 한 분 더 늘어서 좋군요! 얼룩이는 게으른 집사 때문에 늘 바쁘답니다 ㅎㅎ
      현자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곧 한파가 닥칠 거라고 하네요 ㄷㄷ 길고양이들 때문에 겨울이 너무 싫어졌어요~

  2.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1.04 18:53 신고

    얼룩이 가족 모두 올 겨울 잘 나고 내년에 자주 봤음 좋겠어요~~~ ^^
    근엄인 또 봐두 넘 귀여워요~~ㅋㅋㅋㅋ 야옹인 왠지 짠하구요... 언제나 사랑스런 얼룩이~~ 모두 홧팅~!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06 15:32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근엄이 너무 귀엽죠 ㅋㅋ 저렇게 동글동글 귀엽게 생겼지만 영역 지킬때는 맹수로 변하더군요. 올해는 야옹이의 출산 없이 부디 지금 멤버로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3.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4.01.04 21:12 신고

    얼룩이네 가족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는데 속이 시원하네요~
    근엄이오빠가 얘네 아빠인 줄은 몰랐어요ㄷㄷㄷ
    약간 설레었는데 유부남에 자식까지 딸렸다니 마음 접어야겠네요ㅠ
    그나저나 누렁이랑 야옹이는 참 닮았네요;; 자기랑 닮아서 누렁이를 더 이뻐하는 거 아닐까요ㅋㅋㅋ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06 15: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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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렇게 근엄하지만 자식은 얼마나 낳았는지..-.- 다행히 작년에 땅콩 털리고 와서 큰 걱정은 덜었어요. 부디 근엄이가 영역과 가족들을 잘 지켜서 야옹이나 다른 녀석들의 출산 걱정없이 건강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4. Favicon of https://meeoow.tistory.com 괭인
    2014.01.04 22:10 신고

    정말이지 한 편의 드라마같은 가족이야기였네요.
    아이들 하나하나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에요.
    저 혼자만 몰랐던 건지는 모르지만 근엄이가 아빠였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놀랐어요. ^^
    남다른 포스가 있었던 게, 한 가족의 가장이라서 그랬던 걸까요?ㅎㅎ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06 15: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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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낙 영감님 이장님같은 느낌이라 다들 의외라고 하시더라구요. 처자식 딸린 건강한 유부남인데 말이죠. ㅋㅋ 바보같다고 놀렸었는데 다른 수고양이가 넘실거렸다고 화내는거 보고는 완전히 반해버렸어요. 사나이더라구요. ㅎㅎ 이 녀석이 있어서 얼룩이 누렁이가 길고양이 치고는 안정된 삶을 사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