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가을 이야기>

 

길고양이의 숲이 부지런히 겨울 채비를 하고 있던 지난가을. 주말 캣맘이 오셔서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고 있었습니다. 흰돌이에게는 따로 캔을 따주셨는데, 녀석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맛난 캔을 앞에 두고도 영 탐탁지가 않은 표정입니다.

 

"흰돌아~ 무슨 일 있었어? 왜 그렇게 기분이 안 좋아?"

 

"말할 기분이 아니다냥"

 

 

 

 

 

"흑흑...."

 

흰돌이의 발랄한 모습만 보았던 인간들은 기죽은 녀석의 모습을 보자 당황하여 허둥지둥.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의욕 없는 고양이가 되었을까요. 

 

 

 

 

 

밥맛이 통 없다는 흰돌이가 숲 위로 올라가길래 따라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딘가를 물끄러미 응시하는 녀석.

 

 

 

 

 

흰돌이의 시선을 따라간 곳에는 이곳의 왕초 고양이 흑두와 그의 여자 봄이가 있었습니다. 흰돌아 너 설마.. 왕초의 아내를..

 

 

 

 

 

"바로 그거다옹"

 

흰돌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왕초의 아내에게 반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표정입니다.

 

 

 

 

 

지난번 포스팅 때 말했듯이 흑두는 꽤 넓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이곳의 왕초 고양이입니다. (관련 글 : 왕초 고양이 '흑두' 이야기) 넘쳐나는 카리스마와 패기, 많은 고양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넓은 마음으로 다른 수고양이는 감히 대적할 수조차 없는 녀석이죠. 그런 흑두에게는 오랜 연인이자 아내인 암고양이가 있는데요,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이 고양이는 '봄이'라고 합니다. 진한 아이라인과 새초롬한 표정, 우아한 걸음걸이가 한눈에 봐도 왕초의 아내라는 것을 보여주는 녀석입니다. 넘볼 수 없는 자신에게 반해 열병을 앓았던 고양이가 한둘이 아니었다는 듯 흰돌이를 딱한 표정으로 바라봅니다.

 

 

 

 

 

흰돌이의 끈질긴 구애로 결국 나무 아래에서 만난 두 고양이.

 

"왜 내 마음을 안 받아주는 거냐옹 왜!!"

 

 

 

 

 

"흰돌아 나는 왕초의 아내고, 너는.. 너는.. 그냥 흰돌이야!!"

 

마치 자신에게 첫사랑을 앓고 있는 제자를 타이르는 선생님 같은 모습입니다.

 

 

 

 

 

흑두는 그러거나 말거나 영역을 살피러 아래로 내려갔고, 봄이는 흰돌에게 볼 일은 다 끝났다는 듯 흑두에게 달려갔습니다. 어쩌면 흑두에게 "여보, 저 녀석 좀 어떻게 해봐요!" 말하러 간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마음을 접을 수가 없는지 그들의 뒤에 숨어 봄이를 지켜보는 녀석.

 

 

 

 

 

흑두가 "거기 뭔가" 하며 돌아보자 바로 나무 위를 쳐다보며 딴청 부리는 흰돌이. "저 그냥 여기 가만히 있었는데요" 하는 표정입니다. 인기 없는 고양이의 가을은 더욱 쓸쓸하게 깊어만 갑니다.

 

 

 

 

 


 DAUM VIEW 구독+ NAVER ME 구독+

 

COMMENT

  1.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1.06 13:13 신고

    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애절한 로맨스에요~~~~ 우리 흰돌이 불쌍해서 어쩌요~~~
    봄이가 흰돌이의 맘을 받아줬더라면 막장으로 갈 뻔 했는데 다행히 애절한 짝사랑으로 끝났네요~ㅎㅎ ^^
    흰돌이도 좋은 짝을 만났음 좋겠어요~~ㅎㅎ

  2.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4.01.06 15:52 신고

    웬만하면 응원해주고 싶지만 남의 부인은 안되겠어요;ㅁ;
    게다가 왕초의 아내라니 정말 본전도 못 건질 것 같지 말입니다...
    왕초가 욱하기 전에 마음 정리하길;; 토닥토닥~

  3. Favicon of https://meeoow.tistory.com 괭인
    2014.01.06 19:24 신고

    ㅋㅋㅋㅋㅋ아고 흰돌이가 안쓰러워요~
    저는 흰돌이도 귀엽고 왕초도 멋있고 한데 말이죠, 봄이는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ㅎㅎ
    그래도 왕초는 동네보스이니까 어쩔 수 없이 흰돌이가 마음을 정리해야겠네요.

  4. Favicon of https://happy-q.tistory.com 해피로즈
    2014.01.07 07:56 신고

    하이얀 옷 깔끔하게 차려 입고 해말간하니..
    인기 있게 생겼는데,
    왕초의 여인을 사랑하고 있으니 다른 여인네가 눈에 안들어와서..
    그러니 혼자 쓸쓸을 자초하나 보네요. ㅎㅎ
    한편의 단편 드라마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