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집사가 된 이후로 이제는 어느 곳에 가도 고양이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여행지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일 년에 몇 번 가지도 못하는 바다에 도착해서도 여긴 고양이가 한 마리도 없나 하며 기웃거리고 있으니 지인들이 저더러 고덕(고양이 덕후)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이번에 들려드릴 이야기는 작년 가을에 갔던 속초 여행지에서 만난 턱시도 고양이, 대박이의 이야기입니다.

 

 

 

 

 

숙소를 어렵게 구하고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식당을 찾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싫어해서 바다를 따라 오래오래 걸어올라 왔더니 숙소도 식당도 많지가 않더군요. 아 숙소도 힘들게 구했는데 먹을 데도 없어, 하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근처 포장마차에서 마치 이리로 오라옹, 하는 듯이 까만 턱시도 고양이가 인간들을 이끌고 있었습니다.

 

 

 

 

"아 일단 한 번 들어와 보라니까냥~!" 손님을 유치하는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 고양이.

 

반가운 마음에 우다다 달려가 손을 내미니 "일단 들어와보라옹!!" 하는 듯이 앙칼지게 화를 내던 고양이. 이 녀석의 주된 임무는 아마 반강제적으로 손님들을 식당으로 이끄는 것인가 봅니다. 작은 체구에 제멋대로 자란 수염 하며 정돈되지 않은 어수선한 몸놀림까지. 녀석은 아직 다 자라지 않은 똥꼬발랄한 어린 고양이었던 것입니다.

 

 

 

 

 

인간들에게 화를 내는 건지 반가워하는 건지 구분이 안 갈 만큼 우다다 뛰어다니며 정신만 쏙 빼놓더니, 갑자기 할 일이라도 생각난 듯이 식당 뒤쪽으로 가서 용변을 보기 시작하는 녀석. 아마도 식당 주인께서는 똥꼬 발랄한 이 녀석을 풀어줄 수가 없어 바다가 보이는 식당 뒤쪽에 긴 목줄을 채워주고 편의 시설을 마련해준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이 은쟁반이라니, "내 화장실로는 은쟁반이 좋겠다옹" 하고 집사에게 요구했을까 싶어 웃음이 났습니다.

 

 

 

 

 

계단에 앉아 식당을 찾던 것도 까맣게 잊고 녀석과 놀고 있는데, 등 뒤로 "잠시만요" 하며 계단에 앉아 식당 입구를 막고 있던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는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 고양이의 집사이자 식당의 주인 아주머니였습니다. 그 계단이 식당 주방으로 가는 입구인 줄도 모르고 막고 있던 게 너무 미안해서 "죄송해요, 고양이가 너무 예뻐서.." 하자 웃으며 "괜찮아요 하하" 하시던 아주머니. 여행지에서 만난 고양이도 반가웠지만, 관광지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주인 아주머니의 넉넉한 마음씨에 반해 우리 여기서 먹자!! 하며 바로 그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야외 자리에 앉아 생골뱅이와 라면, 소주를 주문했습니다. 날씨는 맑고 가을바람은 선선한데 옆에는 바다가, 뒤에는 귀여운 고양이가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는 기분이었습니다. 앞 테이블을 치우러 오신 아주머니에게 "그런데 저 고양이 이름이 뭐예요?"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아주머니 입에서 나온 이름은 손님이 남기고 간 테이블에도 있던 막걸리, '대박'이었습니다. "쟤요? 대박이에요 대박이!!"

 

 

 

 

"내가 바로 대박이다냥"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다가 그 사이를 못 참고 대박이를 보러 갔습니다. "대박아 너 대박이라며? ㅋㅋ" 하자 "그래 내가 대박이다 왜 그러냥?" 하는 표정입니다. 그나저나 녀석이 참 부럽더군요. 이렇게 매일 바다를 보며 살 수 있으니 말이죠.

 

 

 

 

대박이가 있던 곳의 동해 풍경.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현란한 스텝을 밟으며 움직이던 대박이. 지금까지 찍어왔던 수많은 길고양이 모델들 중에 가장 찍기가 어려운 녀석이었습니다. 셔터를 누를만하면 훌쩍 뛰어올라 계단과 인간의 무릎 사이를 종횡무진 누비며 다니니 말이죠.

 

 

 

 

 

이것도 신기하고 저것도 신기하고 바쁘다 바빠.

 

 

 

 

 

인간이 가진 커다란 기계가 내는 찰칵 소리가 신기했는지 카메라로 돌진을 하기도 했습니다.

 

 

 

 

 

 

햇살을 등지고 바닷 바람을 맞으며 신이 나게 뛰어놀던 대박이.

 

 

 

 

 

그런데 이 녀석, 아직 눈 색깔도 자리 잡히지 않은 어린 고양이이면서도 턱시도만큼은 매끈하게 잘 빼입었더군요.

 

 

 

 

 

잘 차려입은 턱시도 털옷에 반해 손을 내밀자 춤이라도 한 번 춰주겠다는 듯 새초롬하게 앞 발을 내밉니다.

 

 

 

 

 

대박이라는 고양이에게 반해 무턱대고 들어온 식당이었지만, 식당 아주머니의 마음씨도 음식의 맛도 모두 훌륭했던 곳이었습니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성묘로 훌쩍 자란 녀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대박이와 헤어지고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만난 해지는 호수의 풍경. 그때 만난 아름다운 풍경은 대박이와 함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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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보미
    2014.01.17 12:19

    바다와 대박이!!!이쁜 풍경이네여^^

  2.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1.17 17:18 신고

    ㅎㅎ 대박이 넘 귀여워요~~ 저도 턱시도냥 참 좋아하는데~~~ㅋ
    대박이가 영업사원 노릇을 톡톡이 하고 있네요~~ 대박이 덕에 라흐님 일행이 그 식당에 갔으니 말예요~ㅋㅋㅋ
    저도 여행지에서 만나는 고양이는 왜케 반가운지 모르겠더라구요`~ㅎㅎ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19 13:3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러게요. 저 녀석이 저기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밥값은 톡톡히 하는것 같더라고요.^^ 목줄을 하고있는게 마음이 아프긴 했지만 안했더라면 위험했을테니.. 지금쯤은 찬바람을 피해 실내에서 생활하고 있겠죠?^^

  3. Favicon of https://min-blog.tistory.com 백전백승
    2014.01.17 20:26 신고

    대박이는 귀엽네요. 제 주변의 길고양이를 보면 약간 무섭거든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19 13:46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대박이는 엄밀히 말하면 길고양이는 아니에요.^^ 주인이 있는 고양이니까요. 길고양이가 무서운 건 사실 그 고양이가 사람을 무서워해서이기도 해요. 길고양이에게 관대한 나라에선 하나같이 눈빛들이 예쁘더군요. 제 블로그에 나오는 귀염성 있는 녀석들도 낯선 사람들에겐 무서운 고양이로 비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길고양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좀 더 관대해진다면 좋겠어요. 서로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는 건 사람에게도 길고양이에게도 불편한 일이니까요.

  4. Favicon of https://meeoow.tistory.com 괭인
    2014.01.18 14:06 신고

    대박이는 착시효과 뽕주딩이를 가지고 있네요. ㅎㅎ 쪼그만한 흰점이 너무 귀여워요.
    까만 재킷에 흰바지 패셔너블하게 입은 것도 너무 이쁘구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19 13: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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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에 꼭 땅콩을 문 것 같죠? ㅋㅋ 애가 하도 우왕좌왕 뛰어다니고 인간들의 무릎에 스크래치를 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몸을 쫙 벌리는 걸 보고는 패셔너블한 털옷에 마음을 빼앗겼네요. ㅋㅋ

  5.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4.01.19 00:52 신고

    우유먹다 입에 묻은 것 같은 매력있는 턱시도네요~
    입이 더 빵빵해 보여요*ㅁ*
    저도 요샌 어딜 가도 고양이가 있으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6. Favicon of https://babohj.tistory.com 바보현자
    2014.01.19 00:57 신고

    대박이도 귀엽고.. 마지막 나뭇잎 사이로 은은하게 퍼진 빛살 사진도 멋지고..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19 13: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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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여행을 다니다 보면 날씨나 운이 엄청 안따라줄 때가 있는데, 저날은 특별하게 모든 게 다 좋았어요. 여행가고 싶어지네요 흑..

  7. Favicon of http://alssk09@hanmail.net 묘묘
    2014.03.03 20:42

    여기분들은 모두 냥이들을 좋아하시나봐요^^
    저희 집에도 5살된 아주 잘생긴 샴고양이가 있는데요 둘째아이 천식이 심해져서 다른 집에 분양보내야 되는데 어찌해야 될지 모르겠어요ㅠㅠ
    울식군데 아무집에나 보낼 순 없고 고양이를 키우고있는 집에 입양보내고 싶은데 어찌해야할까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3.04 12: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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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흠.. 고민이 많으시겠네요. 그렇지만 긍정적인 답변을 드릴 수가 없는 게 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이미 포화 상태라서요. 새로운 고양이를 입양 가능한 집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유명한 고양이 카페를 가보시면 입양 게시판에 오랫동안 입양되지 않은 예쁘고 건강한 고양이들이 엄청나다는 걸 아실 거예요. 품종 고양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유기묘 중에서도 품종 고양이를 흔치 않게 볼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동물을 키우기는 너무 쉽고, 버려도 딱히 처벌이 없는 데다가 고양이는 야생성이 있으니 알아서 잘 살겠지 하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니 별 죄책감이 없이 버려지는 유기묘들이 많은 거겠죠. 아시겠지만 집고양이는 길고양이와는 달라서, 길에 몰리면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죽게 됩니다.

      물론 5년 동안이나 가족처럼 키우셨다고 하니 쉽게 다른 곳으로 보내시진 않으시겠지만.. 입양은 정말 어려울 거란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아드님의 천식은 병원에 가셔서 고양이와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여쭈어보시는 걸 권하고 싶네요. 제가 알기로는 동물이 사람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은 통상적으로 알려진 털이 아닌 침이나 분변, 진드기에 의한 것이라서.. 위생 상태만 깨끗하게 유지한다면 동물을 키우는 것은 어린 아이의 면역력이나 정서에 오히려 좋기도 하거든요. 입양 관련해서는 도움을 드리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