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돌이를 다시 만났습니다. 작년 11월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보지 못했으니 사람에게는 2개월, 흰돌이에게는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겠네요. 매주 찾아가는 데도 불구하고 녀석을 볼 수가 없어 캣맘에게 조언을 구하자 "흰돌이 있는 곳으로 가서 흰돌아!! 하고 부르면 나와요" 하고 방법을 알려주셨습니다. 에이 설마.. 하면서 올라가다가 오늘도 혹시 못 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져 흰돌아!! 흰돌아!! 하고 불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산 어딘가에서 대답하는 듯한 울음소리. "우레에에~옹"

 

 

 

 

 

"어디서 고양이가 울어!! 흰돌이인가 봐!!" 친구가 반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이상하다 그 녀석 울음소리가 아닌데.." 마지막으로 보았던 흰돌이는 청소년기의 예쁘장한 외모에, 맑고 높은 냐아아- 하는 울음소리를 가진 중성적인 고양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만난 녀석은 턱도 제법 두툼해지고 울음소리도 낮게 변한 수컷 고양이가 되어있었습니다.

 

 

 

 

 

깊숙한 산속에서 생활하는 탓에 털은 회색으로 변해버렸지만 여전히 깔끔하고,

 

 

 

 

 

인간을 향한 애정도 변함이 없는 듯 보였습니다. 아마도 매일 녀석을 챙겨주시는 캣맘 덕분이겠지요.

 

 

 

 

 

고양이에게 사람 음식이 안 좋다는 건 알지만, 음식점에 갔다가 닭고기가 나오자 녀석이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포장을 해왔습니다. 조금 떼어주자 냄새를 킁킁 맡아보는 녀석.

 

 

 

 

 

그런데 의외로 닭고기는 싫어하나 봅니다. 필요 없다옹 하며 고개를 돌리더니 뒷발로 고개를 탁탁 치며 거부 의사를 드러냅니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가고 싶은 곳으로 인간들을 이끌고 걸어갑니다. 예전부터 이 녀석은 늘 앞장서서 걷는 걸 좋아했습니다. 인간의 뒤를 따라가는 건 아무래도 고양이 체면에 안 서는 모양입니다.

 

 

 

 

 

마음에 드는 자리가 있다며 앉길래 평소에 먹던 사료와 캔을 차려주었습니다. 냄새를 킁킁 맡더니 역시 식사는 먹던 걸로 해야 속이 편하다는 듯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밥을 먹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 맛이다옹"

 

아무래도 녀석은 어릴 적부터 먹었던 사료 맛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습니다.

 

 

 

 

 

식사를 다 마치자 인간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로 발라당을 몇 번 해주더니 녀석은 훌쩍 떠나버렸습니다. 그동안 산에서 생활을 한걸 증명이라도 하듯 예전보다 훨씬 더 걸음이 민첩하고 대담해져 있었습니다. 눈을 깜박 감았다 뜨면 가까이에 있던 녀석이 멀리 수풀 위에서 나타났다가, 산을 타던 녀석이 다시 가까이에 나타나곤 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녀석이기에 조금 더 붙들고 싶었지만, 내심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하는 녀석에게 안도가 되었습니다.

 

 

 

 

 

사람의 손길도 위험도 적은 이곳. 앙상한 겨울나무들만이 빼곡한 겨울산의 생활은 보다 자유롭고, 외로워 보였습니다.

 

 

 

 

 

어둠이 점점 산에 내려앉고 멀리서 도시의 불빛이 밝아올 때쯤, 흰돌이는 저곳에 앉아 무슨 생각을 할까요. 아마도 녀석은 가만히 앉아 고양이답게 '바라보는 일'을 하는 것뿐이겠지만, 인간의 마음으로선 어쩔 수 없이 녀석의 뒷모습이 안타깝습니다.

 

 

(늦었지만 이번 주말에는 겨울집을 놔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곳은 고양이집을 반대할만한 사람 자체가 없는 곳이니까요. 늦겨울에라도 녀석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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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Favicon of http://wacoalblog.com/276 와코루
    2014.01.21 11:45

    와~ 오랜만에 다시 흰돌이를 만났군요~ 잘 살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ㅜㅜ

  2. Favicon of https://happy-q.tistory.com 해피로즈
    2014.01.21 13:20 신고

    흰돌이가 집에서 살다 나온(버려진?) 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렇게 산에서 혼자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아주 짠해요.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싶은 저 뒷모습도, 혹 옛 주인을 그리워하고 있는 건 아닐까..하여 괜히 내 맘이 시려오구요..
    그래도 혼자 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는 게 참 대견해서 눈물이 나네요.
    흰돌이의 겨울집,
    아직 늦겨울 아니에요.
    혹독한 추위가 아직 잔뜩 남아있어요.
    그리고 봄이라고 와도 한참을 춥잖아요.
    흰돌이에게 아주 유용한 집이 될거에요.
    녀석이 잘 써주기만 한다면..

    흰돌이 소식 계속 볼 수 있었음 좋겠어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24 12:13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예전에 지내던 곳은 고양이를 무척 싫어하는 관리인이 있어 집도 놓아주지를 못했었죠. 그나마 사람의 위험이 적은 곳으로 옮겨가서 다행이에요. 해피로즈님 말씀대로 아직 추위가 한참 남았는데, 녀석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 Favicon of https://meeoow.tistory.com 괭인
    2014.01.21 17:54 신고

    흰돌이. 볼때마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정감가고. 애잔한 마음이 들어요.
    겨울산에 집을 만들어 주신다니 흰돌이에게 따뜻한 거처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흰돌이의 집들이 사진 기대하고 있어도 괜찮을까요? ^^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24 12:1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안전하고 따뜻하고 눈에 띄지 않게 제작하려고 며칠 동안 구상하고 있답니다.^^ 집이 작아서 집들이 선물은 놓지 못하겠지만 잘 지내줬으면 좋겠어요. ㅎㅎ

  4.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4.01.22 11:15 신고

    흰돌이가 바깥 생활에 잘 적응하고 살아가고 있는 게 대견하면서도 안쓰럽기도 하네요;ㅁ;
    아직 날씨가 많이 춥고 꽃샘추위도 있으니 집이 있으면 훨씬 더 나을 것 같아요~
    다음에 또 소식 들려주세요^ㅁ^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1.24 12:1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쩌면 녀석은 지금 생활이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길에서 태어난 애들보다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5.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1.22 21:41 신고

    완전 상남자가 된 흰돌이네요.. 왠지 다행이다 싶었는데 마지막 사진 흰돌이 뒷모습 모고 맘이 짠해요.. ㅜㅜ
    길냥이들의 뒷모습은 특히 슬퍼요.. ㅠㅠ
    겨울집에서 따스한 겨울 났음 좋겠어요~~ 겨울집 포스팅도 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