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사람들에게 좋은 의미를 갖지만 사실 도심에 사는 길고양이들에게는 그리 반가운 날이 아니다. 못 보던 가족들을 새삼 만날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평소보다 먹이가 늘어나거나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운 날도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낯선 자동차와 사람들이 꾸역꾸역 들어와 제 영역을 침범하니 길고양이들로서는 영문도 모르고 긴장감만 더 늘어나는 날인 것 같다.


 

 

 

 

명절 연휴가 지날 무렵, 북적였던 동네의 분위기가 가라앉자 주차장에 숨어 있던 고양이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마을은 간밤에 내린 비와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들로 부쩍 정돈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밖으로 나온 고양이들은 여기저기 냄새를 맡고 주변을 둘러보면서, 그간 변한 것이 있는지 낯선 흔적이 있는지를 살펴보는 듯했다.

 

 

 

 

 

 

사람들이 없으니 여유롭게 들풀을 뜯어먹기도 하고 버려진 플라스틱 통에 고여있던 빗물로 목도 축여본다. 저 플라스틱 통은 언젠가 누군가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챙겨주느라 놓았던 것 같은데, 일시적인 보살핌이었는지 그 뒤로는 버려져 빗물을 담아주는 물그릇이 되었다.

 

 

 

 

 

인간들이 배불리 먹고 가족들과 연휴를 즐기는 동안 길고양이들의 영역에 늘어난 건 쓰레기뿐. 그런 걸 생각하면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 만도 한데, 길고양이들은 고양이답게 별다른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런 것보다는 이제는 인간들이 별로 없어 안심이야 하는 표정이다.

 

 

 

 

 

명절, 낯선 사람들의 방문에 경계하는 길고양이들.

 


 

 


이제 연휴가 지나고 다시 평범한 일상이 돌아왔다. 사람들의 명절을 길고양이들도 나름대로 치르느라 고생이 많았다. 등이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지만 그렇게 하면 깜짝 놀라 개구리처럼 튀어 오를 테니, 그냥 별 말없이 더 많은 먹이와 물을 챙겨주었다.

 

 

 

 

 

COMMENT

  1. 몽실언니
    2014.02.04 10:12

    아..이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는데.. 인간의 명절에 대한 길고양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글 감사해요.. ^^

  2. Favicon of http://wacoalblog.com/288?category=3 와코루
    2014.02.04 11:14

    얼마전에도 홍대 앞 지나가는데 길고양이들이 있더라고요 명절이 지나고도 어찌 그렇게 말랐던지 안그래도 추운날에 불쌍해서 햄하나 사줬는데 ! 길고양이들을 그렇다고 무조건 이쁘다고 밥만 줄수만도 없고 맘이 아픕니다 ㅠ

  3.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2.04 22:18 신고

    정말 경계하는 모습이네요.. 저도 생각지 못했는데...
    낯선 사람들을 마주하는 길냥이들도, 집사가 집을 비워 혼자있는 집냥이들도 명절은 기쁘지 않은 날이네요..
    주부인 저도 그렇구요~~ ^^; 일상으로 돌아와서 넘 좋아요~~ㅎ

  4.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4.02.04 23:51 신고

    저도 명절이 길고양이들에게 미칠 영향은 생각지 못했는데 그런 단점들이 있네요;ㅁ;
    저희 동네는 다들 어딜 가셨는지 오히려 사람이 줄어서 저희 동네 야옹이들은 오히려 쾌적해졌을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