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집사를 맞이하는 자세 첫번째, 동태를 살핀다.

 

얼마 전 인터넷에 '고양이의 눈에 비친 주인'이라는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내용인즉, 고양이는 자신의 주인인 사람을 몸집이 크고 공격성이 없는 다른 고양이로 인식한다는 것이었는데요, 참 고양이 답구나 싶어 웃음이 나왔습니다.

 

 

 

 

두번째, 다른 인간이 사라지길 기다린다.

 

그렇다면 길고양이는 매일 자신의 먹이를 챙겨주는 집사를 어떻게 생각할까요? 올해로 길고양이 집사 1년차인 저는 단 한 번도, 아니 단 하루도 고양이와 함께 지내본 적이 없는 비애묘인이었습니다. 반려동물이라고는 강아지하고만 20년 이상 살았으니 고양이들의 먹이를 챙기는 문제는 둘째치고 녀석들이 하는 행동의 의미를 몰라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세번째, 안전거리 안에서 집사에게 마음을 표현한다.

 

가령 이 블로그에 마치 주인공인양 자주 등장하는 얼룩이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손 터치를 허용한 적이 없는 고고한 길고양이입니다. 그런데 의뭉스럽게도 제가 집에서 나오면 마치 주인을 반기는 강아지마냥 어디선가 나타나 쭉쭉 기지개를 켜고 졸래졸래 따라오곤 하죠. 그런 걸 보면 저를 좋아하는 것도 같아서 언젠가 한 번은 밥 먹던 녀석의 등을 쓰다듬은 적도 있었습니다. 물론 녀석은 한순간에 고슴도치처럼 등을 세우고는 용수철처럼 튀어 올라 사라져버렸지만.

 

 

 

 

부비적 부비적~ 집사야아~

 

그 사건 이후로 어쩐지 상처를 받아 더 이상은 녀석을 만지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반 년 이상이 흘렀고, 이제는 제가 자신을 만지지 않는다는 걸 아는지 녀석의 표현이 좀 더 자유로워졌습니다. 저를 만나면 일단 다른 인간들이 있나 없나 주변을 살핀 후 재빨리 발라당을 하거나 자동차나 벽, 혹은 땅바닥에 이마를 대며 친밀함의 표시인 부비부비 인사를 하곤 합니다. 제가 흥, 하고 서둘러 가버리면 냐앙! 냐앙! 하고 벌써 가버리면 어떡해! 하는 듯이 불러 세우기도 합니다.

 

 

 

 

나는 진돗개다 냥냥~

 

길에서 태어나 제일 먼저 어미에게 배운 게 '인간을 조심해라!' 였을 길고양이 얼룩이. 그런 녀석에게 집사라는 인간은 아마도 '조금 믿어봐도 좋을 몸집이 크고 공격성이 없는 다른 고양이' 정도가 아닐까요? 녀석이 할 수 있는 건 극히 소극적이고 은밀한 표현들 뿐이지만, 가끔은 인간의 언어보다 더 정확하게 와닿고는 합니다. 너가 나를 정말로 좋아하는구나, 하고요.

 

 

 

 

 

얼룩아 나도 너를 정말 좋아해. 하고 말하니 뭘 쑥쓰럽게, 하며 손사레를 치는 녀석입니다.

 

 

 

 

 

 

COMMENT

  1. Favicon of http://venuswannabe.com/1408 비너스
    2014.02.13 11:04

    골목과 길고양이가 참 잘 어울리는 사진이네요. 좋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2.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2.13 20:33 신고

    정말 얼룩이가 라흐님을 좋아하는데요~~ 발라당에 머리를 바닥에 비비다니~~ ^^
    아빠쟁이인 가을이가 아빠에게 자주 보여주는 모습이에요~ 저에겐 인색한 가을이랍니다.. 엉엉ㅠㅠ
    손사레 치는 얼룩이 정말 귀여워요~~ ㅎㅎ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2.14 11: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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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님이 가을이를 얼마나 예뻐하는데 아빠만 좋아하다니..!! 좀 서운하시겠어요. 저도 얼룩이가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도망갔을 때 길고양이니까 대견하다 싶으면서도 내심 서운했거든요. 그래서 그뒤로 쿨하게 먹이만 주고 가버렸는데 녀석이 까칠한 인간을 좋아하는건지 부쩍 잘 따르더군요. 가을이에게도 쿨한 집사의 매력을 어필해 보시는게 어떨지요 ㅋㅋ

    •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2.14 17: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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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게 말예요.. 넘 이뻐만 해서 그런가봐요.. 밀당을 해야하나봐요.. ㅡ.ㅡ;;
      쿨한척 할려고 하는데 어떤 땐 넘 이뻐서 껴안지 않을 수가 없더라구요..ㅋㅋㅋ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2.16 19: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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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 참.. 고양이들의 마력이란..-.-

  3.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4.02.14 00:15 신고

    얼룩이 사진 한 장 한 장이 다 예쁜 동화같아요~
    길고양이가 저렇게 애교를 보여주기엔 참 힘들 것 같은데 라흐님이 참 잘해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ㅁ^
    전 고양이들이 바닥에 머리를 비비거나 발라당 발라당 하면 "네가 넘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어~" 하는 느낌이 들어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2.14 11: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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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냐아아~앙? 냐아아~앙? 하면서 얼마나 사람을 홀리는지 원..-.- 그런데 전에 애교 부리는 녀석을 기특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옆 동네 고양이에게 짐승처럼 하아악!!!! 하는거 보고 좀 놀랐어요 ㅋㅋ 여우같은 녀석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