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생명이나 아기는 축복받아야 할 신비롭고 예쁜 존재지만, 길에서 만나는 아기 고양이는 마냥 반가워할 수가 없다.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한들 고양이가 길에서 태어나 온전히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길고양이들이 생후 3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길에서 죽는다. 배고픔과 추위, 위험한 환경과 길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냉대 때문인데, 운 좋게 먹이가 공급되는 지역에서 태어나더라도 면역력이 약한 상태에서 온갖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성묘까지 성장할 확률은 극히 낮은 편이다.

 

 

 

 

 

몇 주 전부터 인가, 어둑한 퇴근길에 동네 언덕을 오를 때면 어느 주차장에선가 이따금씩 빼약빼약 하고 우는 아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리곤 했다. 어미가 잠시 어딜 간 건지 울음소리에는 두려움과 당혹감이 잔뜩 배어있었다. 최근에 야옹이의 배가 갑자기 홀쭉해진 것으로 보아 또 다른 새끼들을 낳은 것 같았다. 그리고는 한동안 보이지 않아 굳이 찾지 않았는데, 어느 날 밖에 나갔다가 주먹만 한 아기 고양이가 수도꼭지에서 새어 나온 물을 힘겹게 핥고 있는 걸 보게 되었다. 고작해야 한두 달 정도 되어 보이던 녀석은 제 몸보다 무거운 고무호스를 어쩌지도 못하고 고개만 간신히 넣어 목을 축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놀란 듯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던 아기 고양이. 녀석은 벌써 삶에 지쳐버렸는지 눈에는 생기가 없고 기운이 없어 보였다. 흐릿하게나마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해서 서둘러 뒤로 물러났더니 천천히 몸을 추슬러 구석으로 사라졌다.

 

 

 

 

 

녀석이 간 뒤 수도꼭지를 살펴보니 물이 흐르는 게 아닌 녹슨 이음새 부분에서 새고 있는 것이었다. 미안했다. 이런 길에서 태어나게 한 건 인간들 때문인데, 녀석은 알고 있을까. 자신은 왜 차가운 길에서 태어나야 했는지. 어미젖을 떼자마자 먹을 게 없어 땅 위를 찾아보아도 주변엔 마른 시멘트 바닥뿐인 건지. 간혹 사람들은 길고양이에게 피해를 입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곤 하지만 그전에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은 것은 분명히 인간이었다. 길고양이가 살아가야 하는 '길'에는 왜 정작 길고양이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배제된 것일까. 부디 길고양이에게 먹이나 물을 챙겨주는 일로 손가락질 받는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야옹이 곁의 아기 고양이들을 세어 보니 총 세 마리였다. 녀석들에게 속으로 간절히 말했다. 지금 당장은 서글프고 힘에 부치더라도 일단은 살아내는 수밖에는 없다고. 그렇게 견뎌서 살아남기만 한다면 내가 너희를 굶기는 일은 없을 테니. 그런데 이 글을 쓰지 못하고 망설이는 며칠 사이, 세 마리였던 고양이들 중 두 마리만이 남게 되었다.

 

 

 

 

 

 

COMMENT

  1. 잔디
    2014.02.21 09:46

    아깽아 꼭 살아남아라! 너희에겐 그리 관대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고양이답게 살아남길..

  2. Favicon of http://venuswannabe.com/1417 비너스
    2014.02.21 10:54

    에궁.... 물이라도 가져다주고 싶네요.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어요.

  3.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2.21 11:00 신고

    제발 두 마리는 라흐님이 주시는 밥을 먹고 살 수 있게 잘 크길 바랍니다...
    다 잘 커서 야옹이 아이들 소식 자주 봤으면 좋겠어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2.24 11: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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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거의 세마리를 낳아서 운 좋으면 한마리 정도가 살아남는 것 같더라구요. 이제 곧 봄이야 조금만 더 힘내! 해주고 싶어요.^^

  4. Favicon of http://wacoalblog.com/304 와코루
    2014.02.21 11:57

    ㅠㅠ 길고양이한테는 참 힘들겠지만 잘 살다가 사람한테 길들여지는게 제일 좋은 방법이겠죠 ㅠ 좋은 포스팅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2.24 11: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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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에서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집고양이들도 이미 포화 상태이니..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 건 녀석들들의 숙명이지만 길에서의 삶이 비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5.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4.02.23 02:34 신고

    사람들이 지은 건물들 사이에서 먹이도, 물도 없이 살아가려면 참 막막할 것 같습니다.
    이미 태어난 생명인데 가엾게 생각하고 조금 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봐 줬으면...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2.24 11: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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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게요. 다행히도 이 지역에는 길고양이와 공존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서.. 조금 더 클 때까지 잘 이겨내준다면 먹이 걱정은 없을 텐데 말이죠. 이미 한마리가 고양이별로 돌아가서 마음이 좀 씁쓸하네요.

  6. Favicon of https://meeoow.tistory.com 괭인
    2014.02.23 09:10 신고

    정말 도시에서는 물 구하기가 참 어렵지요. 겨울에는 더더욱 힘들구요.
    이제 봄도 다가오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참아 달라고, 이기적으로 기도해봅니다.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2.24 11: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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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남은 두 녀석들이라도 무사히 살아남아서 근엄이와 야옹이, 얼룩이와 누렁이 곁에서 무사히 살아갈 수 있기를 빕니다. 그런데 두 녀석들도 요즘엔 통 보이지를 않네요. 길에서 살아남기가 보통 일이 아니긴 한가 봐요.ㅠㅠ

  7. 이경화
    2014.03.03 18:13

    제보기엔 밥양을 넉넉히 놓아주세요 그럼 기다렸다가 나중엔 다먹더라구요 저도켓맘이라 ㅅ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