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옹이 곁에 남은 두 마리의 고양이들.

 

지난 어느 날 밤. 여느 때와 같이 야옹이 가족에게 밥을 챙겨주러 나올 때였다. 얼룩이와 누렁이는 전날과 같은 모습으로 동강동강 앞다투어 식당을 향해 뛰어가고 있었고, 밤하늘엔 대보름이 지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난히 둥글고 커다란 달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밥을 주는 곳으로 가기 전에 행여나 보는 눈이 있을까 주변을 둘러보고 있는데, 그때였다. 아기 고양이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것은. 어느 주차장 앞에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몸을 길게 늘어뜨린 채 누워있었고 그 옆엔 똑같이 생긴 두 마리의 고양이들이 그 곁을 서성이고 있었다. 야옹이의 새끼들이었다. 한눈에 봐도 아기 고양이가 죽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번 녹슨 수도꼭지의 고인 물을 먹던 것을 본 뒤로 처음이었다.

 

밥 주는 곳으로 향하다 말고 발길을 멈칫하는 인간의 뒤에서 얼룩이와 누렁이는 무슨 일이냐는 듯 함께 발길을 멈추었다. 녀석들을 뒤로하고 한발 한발 아기 고양이들에게 다가갔다. 세 녀석이 다 살아남을 거란 예상은 하지 않았었지만 그래도 녀석의 죽음은 너무 허무했다. 이 세상에서 태어나 한 계절을 채 살아보지도 못하고 죽다니. 아기 고양이의 몸은 깨끗했고, 말라있었다. 차분히 감은 눈에는 슬프고 평온한 죽음이 드리워져 있었다. 형제인 두 고양이들은 인간이 가까이 다가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죽은 형제에게 다가가 앞발로 툭, 툭 하고 쳐보곤 했다.

 

 

 

 

함께 태어났던 세 마리의 형제 중 한 마리는 고양이별로 돌아갔다.

 

태어나서 처음 겪었을 형제의 죽음을 두 녀석들은 인정할 수가 없었던 걸까. 대체 이게 뭐냐는 것처럼, 왜 일어나지를 않느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우뚱하며 자꾸만 앞발을 내밀어 죽은 형제의 몸에 대보았다. 마음이 먹먹해져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때 주차장 안쪽에서 밝은 빛이 새어 나오더니 차가 출발하려는 듯 시동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다가가니 차 안에서도 그 광경이 보였는지 아저씨 한 분이 나오셨다. 낯선 인간이 가까이 다가가자 그제야 두 녀석들은 황급히 주차장 안으로 사라졌고, 아저씨는 금세 어디선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가져와 작은 죽음을 조심히 담아서 버려진 화분에 놓아주고 가셨다. 손바닥만큼 작은 고양이가 흙 위에서 환한 달빛을 받으며 덤덤히 누워있었다.

 

어미젖을 떼자마자 길에 몰려 두려운 듯 울고 있던 아기 고양이. 노랗고 자그마한 체구가 마치 병아리 같았던 녀석에게 나는 조금만 더 견뎌내라고 욕심을 부렸었다. 이 세상은 길고양이에게 호락한 곳이 아니지만 살다 보면 때로는 좋은 날도 온다고. 어느 고양이나 길에서 살아남기란 힘든 일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길고양이가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울지 말고 조금 더 견뎌보자 했지만 녀석은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봄을 앞두고 고양이별로 돌아가버렸다. 그렇게 급히 갈 거면 차라리 태어나지 말 걸 그랬지. 잠시 뿐이었던 삶에 슬픔 외에 뭘 더 마음에 두고 갔을까. 넓고 차가운 주차장의 시멘트 바닥에서 빼약 하고 울던 녀석이 생각나 가슴 언저리가 욱신거렸다.

 

고양이별에서는 더는 고통이 없길 빌며, 다시 태어나더라도 길에서는 태어나지 말기를.

 

 

 

 

 

 

COMMENT

  1. Favicon of https://meeoow.tistory.com 괭인
    2014.02.24 09:13 신고

    마음 한쪽이 아려옵니다. 그 광경을 두눈으로 보신 라흐님께서는 마음이 어떠셨을까요..
    세상살이를 힘겹게 해내고 있는 생명들을 보면 세상엔 즐거움이 많다고, 조금 더 힘내보라고 말하는 것조차 미안해져요.
    길위의 노랑둥이들아 그래도 너희가 이 험한 세상에 온 건 다 이유가 있어서겠지. 우리 힘내자. 라고 부족한 위로를 해주고 싶습니다.

  2.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2.24 22:28 신고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남은 두 녀석이 일어나라고 툭툭 치는 모습을 생각하니... ㅠㅠ
    얼마전 봤던 동영상의 차사고로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를 친구 강아지가 애처롭게 흔들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사실 자연의 모든 동물이 다 안 죽고 건강하게 사는 건 아니지만 길 위 아이들의 죽음은 왠지 인간들 탓인 것 같아 미안해져요...

  3. Favicon of https://lincat.tistory.com 적묘
    2014.02.25 13:11 신고

    조용히...무지개 다리를 건너 저 멀리 고양이별로...

    도닥도닥 라흐님 아프지말아요

  4.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4.02.26 00:47 신고

    아기 고양이가 봄꽃 한번 보지 못하고 떠나버렸네요;ㅁ;
    이렇게 전해 듣기만 해도 마음이 찡한데 라흐님은 얼마나 슬프셨을지...

  5. 장은진
    2014.03.08 13:21

    저또한 냥이들에게 밥을 주고있었느데 지난 가을에 태어나서 겨우내 잘지낸 새끼 세마리중 두마리가 갑자기 안보여걱정을하고있었는데 아파트경비원이 두마리잡어서 먼곳에 내다 버렸다는 소식에 지금 마음이 아프고 쓰려옵니다~경칩에 내린 눈과 추위에 그녀석들 죽었을까~ 남은 한마리점박이는 며칠째 울고 다니네요~흑흑

  6. 장은진
    2014.03.08 22:37

    잃어버린 새끼 냥이 찬아서 버렸다는 공원에 첫날 찾아가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었지요, 둘째날 망연히 공원을 바라보고 있으니 고양이 한마리 어슬렁 거리며 보입니다... 아 고양이 살수 있기도 하는 구나.. 마지막으로 삼일 째 오늘 마지막으로 찾아가봤습니다....고양이 생각만 하면 눈물이 왈칵나와서....죽은 사람 삼일 장 치르는 기분으로.... 다리를 다쳐 걸음을 제대로 못걸고 목발 짚고 다니는 형편에... 그래도 차를 운전해 공원까지 멀리 가보았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이야... 죽었다하더라도 오늘로 끝이야 하면서 '관세음보살 관세음 보살 관세음 보살'''''오늘 기도하면서도 자꾸 냥이 생각에..울면서 기도했더랩니다..아 그런데 우리 냥이 발견했어요..이건 기적이예요...흰둥이와 줄줄이 둘중에 줄줄이를 발견했어요. 그 조그만게 하수구 구멍속에 숨어 있었어요. 가지고 간 먹이와 참치캔 물을 늘어놓자 경계하면서도 결국 맛있게 먹엇어요...살아있었구나....데려올 수가 없어 그냥집에 왔지만...살아있는 것을 확인하니까...기쁘네요~~~오늘 슬퍼서 인터넷 고양이 죽음을 검색하다 이 블로그 발견하고 댓극 올리곤 다시 가봤는데 애기냥이를 찾아서 정말 기뻐요~~~~

  7. 으아아..
    2014.12.01 03:52

    미안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