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아 많이 아픈 거냐옹?"


얼룩이와 누렁이는 사실 그리 사이좋은 남매는 아니다.

얼룩이가 혼자 차지하고 지내던 영역에 누렁이가 비집고 들어와서 그런지

오랜 시간이 지나 함께 영역을 공유하는 지금에 와서도

얼룩이는 틈만 나면 누렁이의 머리에 솜방망이 펀치를 날리는 둥

여전히 녀석을 탐탁지 않아 했다.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지 그랬냐옹"


그에 비하면 누렁이는 어릴 적부터 얼룩이를 '롤모델' 고양이처럼 여겨와서 그런지

누나가 머리를 때려도 하악질 한 번 하지 않고 구석에서 찌그러져 있거나

얼룩이가 화내지 않을만한 거리를 유지하며 늘 근처에 머물러 있곤 했다.

하는 짓이 조금 맹하긴 해도 누나를 향한 마음은 늘 해바라기인 착한 녀석.






"우리 누나가 변했다옹"


그런 녀석의 마음을 이제야 알아주는 걸까?

최근에 누렁이를 향한 얼룩이의 태도가 갑자기 변한 일이 있었다.

얼룩이가 2주 동안 심하게 앓았던 허피스 때문인데,

1주일 넘게 약을 먹이고 겨우 낫나 했더니 곁에 있던 누렁이가 옮아버린 것이었다.

다행히 얼룩이 때처럼 극심하지는 않고 코를 이따금씩 킁킁거리는 정도지만

바보같이 명랑하기만 했던 녀석도 아프니 기운이 없는지 하루 종일 축 늘어져 있곤 했다.

그런 녀석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데 갑자기 나타난 얼룩이가

마치 늘 그래왔던 것처럼 누렁이에게 다정스레 콧등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안하던 짓을 하니까 불안하다옹"


처음 보는 누나의 다정한 모습에 누렁이는 기쁘지만 어딘가 불안하다.

혹시 나 다 나으면 또 미워하는 거 아니냐옹..? 하는 표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얼룩이가 누렁이에게 곁을 내주었을 때라고는

한겨울에 밥을 기다리며 궁둥이를 살짝 녀석의 등에 붙였을 때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혹독한 추위를 이기기 위한 생계형 다정함이었으니

순수한 마음으로 녀석에게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






"호~ 해주겠다옹"


얼룩이가 걱정하는 만큼 누렁이의 감기도 오래가지 않기를 바라며

아프지 않을 때에도 녀석들이 다정히 지내주기를.








COMMENT

  1. Favicon of http://xc.si/wTnlj 비너스
    2014.03.19 10:52

    후후. 콧등인사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따뜻하네요^^

  2. Favicon of https://sophism-travel.tistory.com 무념이
    2014.03.19 16:19 신고

    아이들이 참 귀엽네요~ ^-^

  3.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3.19 17:01 신고

    얼룩이가 아프고 난 후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았나봐요~~ ^^
    그나저나 누렁이도 어여 나아야 할텐데요.. 심하진 않다니 다행이에요~~
    둘이 사이좋게 있는 모습 넘 이뻐요~~ㅎ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3.26 12:1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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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렁이 녀석.. 역시 사내놈이라 그런지 금방 낫더군요.-.- 컨디션이 좀 안좋은지 시무룩해 보여서 지난주엔 캣닢을 실컷 뿌려줬어요. 환락?을 맛보더군요 후후..ㅋㅋ

  4. Favicon of https://datafile.tistory.com 신기한별
    2014.03.19 20:38 신고

    콧등인사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건 아닌 것 같은데 잘 보고 갑니다~

  5.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4.03.19 22:50 신고

    오늘 글은 봄볕처럼 훈훈하네요~
    얼룩이가 감기를 나눠준 게 미안해서 더 따뜻하게 대해주나 봐요;ㅁ;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3.26 12: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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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가 봐요. 고양이계의 차도묘였는데 말이죠.. 그런데 요즘은 누렁이가 다시 나아서 그런지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답니다. 여전히 동생을 귀찮아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