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주말의 아침, 건물을 나서는 누군가가

"또 누가 쓰레기를 저렇게 버렸어!!"

하고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렸다.

다세대 주택이라 그런지 층간 소음이며 주차 문제 등 여러 가지로 늘 시끄럽지만

그중 끊이지 않는 골칫거리가 바로 쓰레기 문제다.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비닐봉지에 넣은 쓰레기를 남의 건물 앞에 버리고 가거나

수천 번은 입었을 법한 낡은 옷을 의미심장한 모양새로 길바닥에 흘리고 가거나

오래된 텔레비전이나 가구를 빌라 앞에 예쁘게 배치하고 가는 둥 스타일도 여러 가지.






 또 무슨 일인가 싶어 나가보았더니 이번엔 전기매트였다.

겨울 동안 호되게 일했을 전기매트가 고장이 났는지 쓰레기 배출하는 곳에 곱게 버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얼룩이가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쏙 들어가 버렸다.



 


 

"좋다냥.. 딱 좋다냥"

 

사실 저게 처음 버려졌을 당시에는 바닥에 눕혀져 있었는데

동네 고양이들이 그 위에 깔고 앉아 "햇볕 쬐기에는 장판 위가 최고다옹!" 하며 애용하다 보니

누군가가 녀석들이 앉지 못하게 가지런히 세워놓은 듯했다.

그런데 누군지는 몰라도 한참 잘못 생각한 게,

저렇게 세워놓는 바람에 오히려 몸을 가릴 수도 있고 얼굴을 빼꼼 내밀어 햇빛도 쬘 수 있는

고양이들에게는 최고의 쉼터가 되고 만 것이다.

 

 


 


"넌 쓰레기 버리는 곳에서 고양이 자존심도 없냐!" 말하자 

"햇볕 쬐는덴 자존심을 내세우는 게 아니라옹~" 하며 노숙을 합리화하는 녀석.
 

 

 



"쿠아아~~ 쿠아아~~"

 

녀석을 2년 동안 지켜보았지만 저렇게 늘어지게 누워있는 건 처음 보았다.

 

 

 

 


 "고양이는 따뜻한 햇볕, 폭신한 매트 한 장이면 완벽하게 행복해질 수 있다옹~"


하고 말하는 듯.

고단한 녀석의 회색 발 위에도 오랜만에 따뜻한 햇살이 얹힌다.

 


 



이 전기매트도 곧 누군가의 손에 의해 사라질 테고

인간이 버린 쓰레기조차 길고양이들은 가질 수 없는 신세지만,

햇볕을 쬐고 있는 편안한 녀석의 숨소리를 듣자니

뭐 그런 게 대수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녀석은 아마도 이 전기매트가 사라지는 날엔

이제 없다옹, 하며 다른 햇빛 깔개를 찾아 나설 것이다.

 

 

 

 

 

 

COMMENT

  1. Favicon of http://ooc.me/TbWKu 비너스
    2014.03.25 11:43

    사사진 색감이 뭔가 색연필로 그린듯한 그림의 느낌입니다. ㅎㅎ 따뜻한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

  2.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3.26 11:01 신고

    정말 편안해 보여요.. 길에선 벽이 있는 안식처를 찾기 힘드니 저렇게 편하게 누운 모습 보기 힘든데 바닥과 벽이 되어준 장판 덕에 얼룩이가 호강하네요~ㅎ 저 장판 조금이라도 오래 저기 있었음 좋겠어요~ ^^

  3.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4.04.03 02:15 신고

    사람들 시야에도 잘 안 보이고 적당히 따뜻하고... 좋은 곳을 찾았군요~
    저 전기매트가 언제까지 저기 있을지는 몰라도 숙면하는 얼룩이를 보니 저도 기분 좋네요^ㅁ^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4.06 22: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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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전기매트의 최후는.. 빌라에 쓰레기 잘 치우라는 경고장이 붙은 후 안전하게 쓰레기 봉투에 담겨 사라졌답니다. 그래도 그때는 이미 얼룩이가 다른 장소를 찾은 뒤라서 슬프지 않았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