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이를 길러본 적이 없다. 태어나서 지금껏 강아지만 대략 세마리에서 다섯마리정도 길러본 것 같다. 워낙 개를 좋아했는 데다가, 당시의 부모님만 하더라도 고양이란 동네에서 쓰레기 봉투나 뜯고 밤마다 이상한 소리를 내는 요물같은?!(엄마의 표현을 빌자면) 동물이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길에서 사는, 동네의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고양이들에게 관심이 갔던 건 몇 달전의 일이었다. 우리동네는 서울답지 않게 마을버스를 타지않으면 지하철까지 걸어서 십오분, 마을버스를 타려면 십분 이상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곳인데, 걷는걸 귀찮아하니 굳이 택하자면 당연히 후자쪽이었다.

 

마을버스 정류소는 작은 놀이터 옆에 있는데, 놀이터가 워낙 지어진 지 오래되어서 놀이는 커녕 동네 아이들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지금은 깨끗하게 공터로 만들어버려서 배드민턴이라도 칠 수 있지만.. 그래서 덕분에 고양이들에겐 숨고 놀기가 좋았던가 보다. 유심히 살펴보면 미끄럼틀 뒤에 두마리 얇은 철봉에 얼굴만 가린 한마리.. 이런식으로 고양이들이 늘 있었다.

 

고양이들은 다 엇비슷하게 생긴줄 알았는데 유심히 보니 사람처럼 생김새가 다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는 걸 알게됐다. 겁이 많고 민첩한 애가 있는가 하면 느릿하고 늘 졸고있는 애도 있고 ㅎㅎ 보다보니 재미도 있고 귀여워서 슈퍼마켓에서 천하장사 한 개, 먹다만 빵 한 조각 그런식으로 주게됐다.

 

 

 

 

 

놀이터를 등지고 본 담벼락. 이 고양이 뒤가 비원(창덕궁)인데 이 녀석들은 운좋게도 입장료 없이 매일 드나들 수 있다. 야근하고 밤늦게 동네에 도착했던 날 사진을 찍으니 내가 누군지 주시하고 있다.

 

'넌 누구냐' 

 

 

 

 

 

'넌 누구냐 2'

 

주시하는 고양이 두마리가 되었다.

 

 

 

 

 

어떻게 보면 이 고양이들이 내가 아는 첫 고양이들이었는데, 인연이 그리 길게 가지않았다. 작년인가.. 어느 날 시에서 놀이터를 철거하고 새 공터를 만들거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내 일이 너무 바빠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 같다. 당시의 난 거의 중노동이나 다름없는 사진일을 하고있었는데, 그나마 낙이라곤 동네로 돌아와 낡은 놀이터에 앉아서 애들한테 쿠키나 던져주는 거였다. 한숨 푹푹 쉬고 쿠키 몇조각 던져주고.. 당돌한 고양이들은 내가 몇 달동안 간식을 주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늘 먹고 도망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애들 밥 먹이고 가만히 멍때리고 있다가 일어나려는데 다리 사이로 뭔가 따스하고 묵직한 것이 스윽스윽 스쳤다. 내려다보니 웬 고양이들이 몸뚱어리를 내 다리에 비비면서 빙글빙글 도는데, 뭐지 밥을 더 달라는건가 뭘 원하는거지 혼란스러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고양이들이란 늘 밥먹고 바로 도망치는 존재였기 때문에.. 의아해하다 그냥 집으로 갔다.

 

며칠 지나고 보니 놀이터는 텅 빈 공터가 되어있었고, 주민들은 간단한 운동이라도 할 수 있어 좋아보였다. 그런데 고양이들이 없었다. 그럴만도 했던 게 숨을 곳이 하나도 남지 않았던 거다. 예전엔 작은 나무도 있고 미끄럼틀도 있었는데..

 

멀리 거주지를 옮긴 게 아니라면 이 근처와 비원을 넘나들며 살고있겠지. 몇 달 밥주고 만났다고 정이 들었는지 그 이후로 어딜가나 고양이를 찾게된다. 이 녀석들 아직도 통통한 몸으로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그렇게 잘 놀고 지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