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칠이와 배트는 단짝입니다. 환상의 콤비로 유명한 배트맨과 로빈처럼, 셜록과 왓슨이나 혹은 델마와 루이스처럼. 험한 길고양이의 삶에 서로를 지탱해주며 살아가는 든든한 파트너입니다. 녀석들을 처음 만났던 작년 이후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아 영역을 옮겼다고 생각했는데요, 녀석들의 활동 시간과 엇갈려 보지 못했던 것 뿐 여전히 함께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녀석들이 여전히 함께인 걸 보니 무척 기뻤습니다. 게다가 누군가가 챙겨준 듯한 사료를 보자 더욱 마음이 놓이더군요. 멀찌감치 녀석들의 뒤에 자리를 잡고 앉아 밥 먹는 걸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녀석들, 누가 환상의 콤비 아니랄까 봐 서로의 망을 봐주며 '너 한입 나 한입' 차례를 지켜 식사하더군요. 먹칠이가 밥을 먹을 땐 배트가 망을 봐주고 배트가 먹기 시작하면 먹칠이가 망을 봐주는 식. 길고양이가 밝은 낮에 밥 먹는 걸 보면 행여나 나쁜 인간에게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불안한 마음이 들곤 하는데, 녀석들은 서로를 지켜주니 걱정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길고양이를 독립적으로 혼자 살아가는 동물이라고 생각하곤 하지만 사실은 생각보다 많은 길고양이가 짝을 이루어 살아갑니다. 가족끼리 집단(콜로니)을 형성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먹칠이와 배트처럼 동성끼리 파트너를 이루어 살아가기도 하고(아마도 녀석들은 자매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포스팅했던 중성 고양이들처럼 부부로 살아가는 녀석들도 있죠. 2014/03/27 - [길고양이] 중성 고양이들의 사랑 이야기






길고양이만의 삶이라 정확한 마음은 알 수 없지만, 녹록지 않은 길생활을 함께 할 누군가가 있다는 건 녀석들에게도 분명 행운일 것 같습니다. 워낙 무뚝뚝한 녀석들이라 서로에게 하는 애정표현이라고는 이따금 박치기하는 게 전부이긴 하지만. 언제까지고 녀석들이 든든한 콤비로 묘생을 함께하길 바랍니다.

 

 

 

 

 



최근 세월호 침몰 사고로 인해 한동안 길고양이 포스팅을 하지 못했습니다. 사고의 원인이 분명한 인재인데다가 가장 먼저 보호받았어야 할 어린 학생들이 가장 뒤에 남겨졌다는 사실, 그리고 구조가 가능했을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왕좌왕하며 말만 번복하는 정부와 관계자들의 미흡한 태도에 분노가 일었습니다. 온종일 뉴스로 소식을 듣고 있다가 비 오는 밤에 나가 길고양이들의 먹이를 챙겨주곤 밥 먹는 뒷모습을 바라보는데사람에게도 제대로 된 안전망이 없는 나라에서 길에 사는 동물의 복지를 말해 뭘 할까 싶어 처연한 기분이 들더군요.

사고 후 최대 생존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부디 더 이상의 피해가 나지 않기를, 단 한 명의 실종자라도 무사 생환할 수 있기를. 그리고 아직도 차가운 바다 안에 갇혀있을 시신들이 하루라도 빨리 유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COMMENT

  1. Favicon of http://dressroze.tistory.com DressRoze
    2014.04.22 04:46 신고

    정말 재미있는 녀석들이네요 ㅋ

  2.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4.28 13:25 신고

    생각할수록 화가 나요.. 인재라는 말씀에 동감합니다..
    정말 한 명이라고 구조되었음 좋겠어요..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다립니다..

    살면서 사람도 저런 파트너 만나기 쉽지 않은데 말이죠.. 두 길고양이 덕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네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4.30 18:1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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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이라도.. 저도 그렇게 바랐지만 이제 시간이 너무 지나서 아무래도 어렵겠죠. 이제는 시신이라도 더 훼손되거나 유실되기 전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찾지 못한다면 유가족은 남은 생을 어찌 살지요.. 뭔 놈의 나라가 국가보다 기적을 믿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3. 심잔디
    2014.04.29 17:42

    먹칠이가 아직 중성화가 안되었는데 임신과 출산의 고통에서 먹칠이도 하루빨리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먹칠아.. ㅠㅠ
    베트는 너무너무 멋져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4.30 18: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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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어쩐 일인지 이 지역 고양이들 대부분이 중성화가 되었는데 먹칠이는 아직이네요. 이번에도 출산을 겪은 터라 걱정이 돼요. 적절한 시기에 케어 테이커의 관여 하에 tnr을 해야 하는데 그게 다 맞기가 참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