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5일째.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다. 사고 후 대부분이 구조될 거라 믿었던 처음의 생각과는 달리 시신 인양조차 끝나지 않은 지금. 배 안에는 아직도 많은 실종자가 잠겨있고 그들을 향한 죄책감에 사람들의 마음은 여전히 유가족들과 함께 팽목항에 머물러 있다.


흔히 일어나는 대부분 사건을 '일어날 수도 있는' 안타까운 일이라며 짧은 슬픔으로 흘려보내는 것에 익숙해진 우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상식 밖의 이번 일에 무너져 버렸다. 원인은 분명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 어른들을 믿었던 아이들은 배와 함께 침몰했고, 믿지 않았던 사람 중 일부만이 스스로 살아남았다. 이번 일의 유일한 교훈은 살기 위해선 스스로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것, 그뿐이었다.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떠나보내며 사람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공중파 언론들은 비교적 쉬운 먹잇감을 사고의 원인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선장과 선원들의 무책임, 선박 회사의 비리, 구원파.. 그러나 거대한 부정부패의 껍질은 까도 까도 나왔고 선박 회사부터 끝내는 정부까지, 연결되지 않은 곳은 없었다. 마치 그동안 외면하며 보지 않으려 했던 괴물과 맞닥뜨리는 기분이었다.


사고 후 그들의 최초 목적은 이미 유가족과 국민들의 단 하나의 염원이었던 생존자의 구조와는 달랐다. 과연 배에 침몰한 아이들이 그들의 아이들이었어도 결과가 같았을까? 고위 공직자나 대기업의 자식이었더라면? 공중파 언론들은 정부를 대변하는 수많은 변명을 토해내고 있지만, 그들이 유일하게 한 거라곤 오로지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한 계산기 두드리기, 정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목적이 달랐던 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끝도 없는 물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사람 목숨값을 다르게 매기는 신분제 사회고, 경제 성장만 이룩한 졸부 같은 나라다. 생명의 존엄성 같은 건 우선순위 저편으로 밀려난 지 오래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마저 넘쳐난다. 고위 공직자들이 유가족에게 보인 상식 이하의 추태나 참사를 이용한 스미싱 사기, 정치인들의 선거운동 문자, 악플러들.. 이제 입이 아플 지경이다.


감정이 거덜 날만큼 진전없는 날들이 흐르고 있다. 방송에서는 슬슬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고, 정부는 제대로 된 사과 대신 책임자 색출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도 실종자들은 배 안에 갇힌 채 기다리고 있는데. 유가족들은 그들을 구하지 못한 죄책감에 가슴을 치며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는데.


국소적인 사건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일이 온갖 비리와 관행들이 엉켜 대형 참극을 빚어내면서. 무책임한 선장과 선원들에게 향하던 분노는 이내 구조 매뉴얼도, 간절함도 없었던 사고 책임자들과 정부에게 향하다가, 끝내는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1차 책임은 무능한 정부에 있는 게 아니라 그런 정부를 선택하고 방관한 우리에게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내내 되묻다가 이 분노를, 이 죄책감을 잊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 어떤 말도 타의에 의해 허무하게 끝나버린 희생자와 살아남았어도 고통스러울 생존자,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절대로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다시 한 번 새겨넣는다.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편안한 곳에서 영면하소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월호 참사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  (10) 2014.04.30

COMMENT

  1. Favicon of https://choifamilys.tistory.com Orangeline
    2014.04.30 17:38 신고

    한명이라도 꼭 살았으면 합니다. 제발..

  2.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5.01 19:37 신고

    기사를 보니 유실된 시신도 있을 것 같아서 더 답답해요.. 구조도 안 했으면서 수습도 제대로 못하다니.. 아니, 안하다니..
    인터넷 기사를 보는 젊은 사람들은 그래도 진실을 아는데 tv만 보는 나이드신 분들은 잘 모르더라구요.. tv뉴스에서 하는 말만 믿고..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는 이번 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 꽤 되더라구요.. 그나마 다행인걸까요... 휴..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02 11:43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지켜보는 사람도 이렇게 지치는데 유가족은 어떠할지.. 시신이라도 꼭 찾아야 할 텐데요. 정말 유실된 시신도 있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

  3. 니코마코스
    2014.05.01 21:53

    글쎄요...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고 성과가 없었다고 그 목적 자체를 의심하는건 이성적인 태도가 아니라고 보는데요.
    의사가 환자 치료에 실패했다고 의사에게
    "환자가 장관 아들이었거나, 니 아들이었어도 그렇게 진료했겠소? 대체 치료하려는 목적은 있었소?"
    라고 따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겠죠...뭐 의사에게 "만병통치약이 나왔다던데 왜 그건 안먹였소?"라고 따지겠죠.
    과연 이런 태도가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까요?
    재난사고가 나면 모두 한마음으로 사태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않도록
    머리를 모아 방안을 마련하는게 바람직한 모습이겠죠.
    그런데 과연 그런가요, 지금의 우리 모습이?
    정부를 선택한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은 지극히 패배주의적이고 다분히 선거를 앞둔
    정치적 발언으로 보이네요. 그것은 시스템 비판이 아니라 정권비판이니까요..매우 실망스럽습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 뭐 이런건가요? 그래도 못살겠으면 이민이라도 가실건가요?
    이번 사건을 보고 진심으로 순수하게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희생자를 위로하고, 구조작업 하는 분들을 응원하며, 정부엔 재발 방지 시스템을 갖추라고
    요구해야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걸 비판하면서 결국엔 본인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중성으로 보이네요.

    자 여기까지입니다. 전 블로그 주인분과 의견이 다르게 비판을 했으므로 댓글은 삭제하고 차단하시던지 맘대로 하세요.
    그것이 민주주의라고 하더라구요 요즘엔...

    • 잔디
      2014.05.01 23:39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타일러서 들을만한것들이어야 말을하지.. 이런데 와서도 정치를 찾고있나..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02 12:59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의사와 환자의 예로 저도 설명을 덧붙이자면- 환자가 응급 상황이라는 가정하에 만약 의사와 병원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수술을 했는데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면 환자를 잃은 가족들도 납득을 하겠죠. 그런데 이번 일은 환자 이송 과정에서부터 병원과 의사, 의료업계의 이해관계로 환자의 생명이 일순위가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거예요. 그래서 결국 간단한 외과적 수술로 살릴 수 있었던 환자는 사망했고요. 그런 상황에서 만약에 님이 죽은 환자의 가족이라면, 아 이번엔 잘못하셨네요 다음엔 잘해봅시다. 할 수 있나요? 아니 그럴 수 있는 걸 떠나 그게 옳은 건지요.
      니코마코스님이 말씀하신 재난사고시 모두 한마음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그런 원론적인 말은 지금 현 정부가 하고 있는 말과 같아요. 말은 맞는 말이죠 다만 말뿐이라서 그렇지. 그래서 화가 나는 거 아닙니까. 책임자들이 사태 해결을 위한 최선의 일을 하고 있지 않은데 그저 비판없이 응원만 하라는 얘기로 들려 동감하기가 어렵네요.
      제가 저 글을 쓴 이유는 다른 걸 떠나 이 일을 잊지 말자는 뜻이서였습니다. 분노에서 그치지 않고 마지막 실종자 한 명까지, 그 후의 일들까지 지켜보고 관여할 겁니다. 다만 저 역시 너무나 쉽게 잊곤 했기 때문에 한번 더 새겨둔 것이죠.
      그리고 정부에 대한 비판은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 당연히 할 수 있는 거고 해야 하는 건데요. 우리 삶에 어느 부분 하나 정치가 개입되지 않은 게 있나요? 사람이 살고 죽는 문제인데. 그리고 정부가 만들어낸 시스템인데 정권이 아닌 시스템만 비판하라는 건 다분히 어폐가 있네요.
      선거를 앞둔 정치적인 발언이라니.... 허허.

  4. 니코마코스
    2014.05.02 23:44

    다소 무례했던 발언, 사과드립니다.
    달아주신 소중한 댓글을 읽어보니 사실과 규범의 내용을 구분하는 기본적인 기술에서 저와 많은 차이가 있네요.
    그 간격을 좁히려면 서로 많은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그것은 여기서 할 일이 아니니 이 쯤 해두겠습니다.
    이 블로그를 즐겨찾기 해놓은 단골 방문자의 한 사람으로서 논쟁적인 댓글을 단 것에 대해
    사실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반성하고 앞으로는 절대 자제하겠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이전에도 그랬듯이 이곳 길냥이들과 라흐님 글은 저에게 많은 위안이 되어줄 것입니다.
    언제나 조용히 길고양이들과 라흐님을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5. Favicon of https://lincat.tistory.com 적묘
    2014.05.10 00:02 신고

    정부의 대응에 대해서 정말....지구 반대편에서 머리 속이 하얗게 되면서..봤습니다...

    어떻게..어떻게...내가 그토록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대한민국이 이렇게까지....

    같은 마음이시겠지요
    가까이 있어서 더 크게 와닿으시겠지요

    한국에서 페루로 돌아오는 중에 있었던 일이라..
    휴가에서 돌아온지 하루가 세월호 사고 1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세월호 사고 몇일이란 말이... 휴가 다녀온지 몇일과 같아서...

    다시 한국 가기가 무섭습니다.

    공항 리무진 버스 탈때만해도 눈물이 가득 흘러
    계속 멈추지 않을 만큼, 떠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외국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이 물어오는 말들은
    왜 정부가, 왜 선장이, 왜 기업이, 왜 교육이, 왜 학생들이... 안전을 위한 최선을 하지 않았느냐...

    할말이 없습니다.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12 14:41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러게요. 정말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다들 그렇겠지만 처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렇게 참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이번 일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깊숙이 망가져있는지 알게 됐죠. 여전히 안타까운 마음뿐이네요. 유가족이나 생존자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길게 갈지, 5년 10년 이후까지 사회적인 치료 지원이 되어야 할 텐데요. 사고 처리 과정을 보면 그마저도 희망이 없어 보이네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계속 생각하게 돼요. 먼 곳에서도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