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길고양이와 케어테이커(캣맘,캣대디)의 관계를

사람이 길고양이를 챙기는 일방적인 관계라고 오인하기 쉽지만

녀석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의외로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다는 걸 느끼곤 합니다.


 

 

 


인간 세상에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게 쉽지만은 않은 요즘

저녁 귀갓길에 무거운 다리를 끌고 터벅터벅 언덕을 오르다 보면

집보다 가까운 어느 곳에, 길고양이가 있습니다.


 

 

 


길고양이가 보내는 인사는 특별합니다.

실제로는 별생각 없이 어제 만난 인간이 또 왔냥, 하는 정도의 인사일지도 모르지만

그들에게 안전한 보금자리도 깨끗한 물도 허락지 않은 도시에서

어제 만난 길고양이를 오늘도 볼 수 있다는 것은

어찌 됐거나 오늘도 무사했다는 안도감을 주곤 합니다.

 

 


 


길고양이에게 가혹한 인간 세상은 가끔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쉽지 않은 곳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진 것이라곤 인간이 가지 않는 후미진 길을 누빌 몸뚱어리와

따뜻한 햇살을 마음껏 누릴 자유, 그뿐인 그들보다

너무나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데도 풍족하지 못한 우리들.

 


 

 


그런 인간에게 길고양이는 냐앙, 하는 단순한 울음으로 적막을 깨워줍니다.

위험한 묘생이기에 당장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살아있으니 살아야 하는 거라고 얘기해 줍니다.


 



 

어두운 저녁, 하루의 무게를 내려놓고 오늘도 길고양이의 먹이와 물을 챙겨 밖으로 나갑니다.

냐앙, 냐앙하며 졸래졸래 인간을 따라오는 길고양이와 어두운 골목을 지나

주차장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저녁을 차려줍니다.

 

 

 

 


까드득, 까드득 급할 일이 하나 없다는 듯이 맛나게 밥 먹는 녀석의 등을 물끄러미 보다가 돌아와

나 또한 소박하지만 정성스럽게 저녁을 차려 먹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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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5.11 15:53 신고

    정말 웃을 일 하나 없는 요즘엔 더욱 고양이에게 위로를 받고 있어요.. 그 점은 집냥이도 길냥이도 매한가지네요..
    햇살 아래 얼룩이를 보니 마음까지 편안해져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12 14:4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동물이 주는 위로는 특별하죠. ㅎㅎ 요즘은 제가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다는 걸 느껴요. 저도 가끔 가을이 사진 보면서 힐링하곤 합니다.^^

  2. 1111
    2014.05.11 18:23

    길고양이도 비둘기도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이있는가하면 이렇게 가여운줄알고 챙겨주는사람도있고 그래서 이세상은 그럭저럭 돌아가나봅니다 마음이 착한사람같네요 고마워요 착하신분이라서...

  3. ㄴㄴㄴ
    2014.05.11 21:11

    사랑합니다.

  4. 댄싱진
    2014.05.12 00:06

    불쌍하고 가여운 아이들을 챙겨 주셔서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12 14:5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저에게는 불쌍한 동물이 아닌 그냥 동네친구 같은 애들이에요.^^; 먹이를 챙겨주고 돌봐주는 건 일종의 인간이 빼앗은 것에 대한 보상? 같은 거구요 ㅎㅎ 감사합니다.

  5. 김현철
    2014.05.12 01:55

    저희 아파트 길냥이들은 사람을 어찌나 피하는지 자주 보이는 곳에 사료를 부워주고 다음날 가보니 깨끗하게 사라져서 냥이들이 먹은 줄알고 며칠동안 계속해서 그렇게 사료를 줬습니다. 그런데 어는 날 우연히 지나다 보니 아파트 청소아주머니가 사료를 쓸어 버리고 있더군요. 저는 냥이들이 먹은줄만 알았는데. 그후로는 마주치는 냥이한테만 사료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녀석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키우는 냥이보다 싼 사료를 주는 것도 미안한데그나마 자주 챙겨주지 못해서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라흐님 글은 최근에 알게되서 보게 되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히 잘보고 있습니다. 저도 라흐님처럼
    길냥이들하고 친해지고 싶은데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12 15:11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주변 길냥이들이 극도로 사람에게 경계심이 강하고 길냥이 사료인 걸 알면서도 치우시는 관리인이 있다면, 되도록 길냥이와 친해지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챙겨주시려는 마음은 감사하지만 아마 그 지역은 길고양이에게 호의적이지 않은 곳 같아요. 그런 곳에서 만일 사람 손에 길들여지기라도 한다면 다른 사람에게 해코지 당할 위험이 높구요, 김현철님에게도 직접적인 민원이 들어올 수가 있어 불편하실 거예요.
      제 주변은 비교적 호의적인 편인데도 늘 살벌하게 주변 시선을 의식해가면서 겨우 지내고 있답니다. 친해지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는데 매일 밥을 주다 보니 녀석들이 알아서 따르더라구요. 좋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려되는 부분도 많아졌고요. 우리나라가 좀 그렇잖아요.ㅠㅠ
      사료를 챙겨주실 생각이라면 관리인 눈에 안 띄는 곳에 랜덤하게 주세요. 직접 고마운 마음은 표현 못 해도 길고양이의 삶에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6. 2014.05.12 09:36

    네이트 메인에 있어 블로그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정말 잘 쓰시네요.
    지난 며칠간 좀 힘들었는데, 글 보면서 치유 됨을 느끼고 갑니다.
    자주 자주 들를게요.
    좋은 글 써주시고 공유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7. 린이아빠
    2014.05.12 11:09

    창신동에 사는 길냥이 아닌가여?

  8. 김은경
    2014.12.02 11:54

    눈물나요.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돈은 얼마든지 들어도 좋으니 맛있고 깨끗한 음식과 물 먹이고 싶어요. 언제 엘리베이트에 밥주지 마라는 공고가 붙을 지 몰라 항상 두려워요. 그래도 전 싸울 거에요. 아이들이 굶주리는 것 볼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