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근엄이를 찾아보세요.

 

똑같은 마음으로 길고양이를 대하려 해도 유독 신경이 더 쓰이는 녀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제게는 얼룩이가 그렇고, 자식 때문에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된 저의 아버지에게는 근엄이가 그렇다고 합니다. 무뚝뚝하지만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녀석의 가장다운 모습에 마음이 간다나요? 다른 녀석들이 하루 이틀 안 보이면 그러려니 하시다가도 근엄이가 안 보이면 꼭 저에게 묻곤 하십니다. "이상하다 근엄이가 요새 도통 안 보여~" 하고요.

 

 

 

 

턱시도 고양이에게 어둠이란 최적의 보호색이랍니다.

 

그럴 때마다 "그 녀석은 수컷이라 활동 영역이 넓어~ 돌아다니다가 배고프면 또 올 거야." 말씀드리곤 하지만 지난번에는 너무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아 저 역시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은 비록 불임 수술을 받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영역을 지키는 왕초 고양이이기 때문에, 때로는 옆 동네 녀석과 크게 다투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문에 이 녀석 어디 가서 크게 싸우다가 잘못된 건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도 들었죠. 그러던 어느 날 뜻밖에도 동네를 산책하던 중 녀석을 만났습니다.

 

 

 

 

어둠 속에 앉아 동네를 구경하는 근엄이 아저씨.

 

근엄이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호색 삼아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근엄아 거기서 뭐 하니?" 물었지만 녀석은 눈길조차 주지 않더군요. 밤이 깊어질수록 진가를 발휘하는 턱시도 때문인지 녀석은 하얀 턱과 가슴, 양말과 코의 빡구점을 제외하고는 어둠 속에 묻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자신도 그걸 아는지 편안한 모습으로 앉아 동네의 풍경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근엄이가 바라보는 동네의 풍경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보다 그동안 어디를 쏘다니느라 식당에 나타나지를 않았는지. 인간이 생각하기엔 길고양이는 잠을 자다가 밥때가 되면 사냥을 하거나 집사에게 밥을 얻어먹으러 오는 것이 일상의 전부일 것 같은데. 의외로 녀석들은 할 일이 많은가 봅니다. 꿈적도 하지 않고 근엄하게 앉아있는 근엄이에게, "근엄이 이따 밥 먹으러 와! 너 좋아하는 아저씨가 걱정하시더라." 하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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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힁님
    2014.05.12 15:56

    저도 근엄이가 젤 조아요. 부디 아프지않고 오래실길. .

  2. Favicon of https://happy-q.tistory.com 해피로즈
    2014.05.12 16:38 신고

    자식 때문에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되신 라흐님 아버님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져 옵니다.
    근엄이는 정말 길에서 살아가기에는 아주 좋은 옷을 입고 있어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28 12:4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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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 저희 아버지 요즘 길고양이들한테 푹~ 빠졌어요. 어제는 엄마랑 쥐포를 안주해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요, 아빠가 나갔다 오시더니 얼룩이랑 누렁이도 쥐포 한 마리 달래!! 하시더니 주고 오시더라고요.-.- ㅋㅋ

  3. 김현철
    2014.05.13 01:37

    근엄이가 보기 좋아요. 오래동안 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라흐님 답글 잘 봤습니다. 이세상에 안타까운 생명이 한둘이겠습니까. 그래서 그냥 지나치고 싶어도 제가 키우는 냥이하고 비교해보니 그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맘이 쓰이구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28 12:42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ㅎㅎ 그래서 고양이 키우시는 분들이 자연스레 길고양이에게도 관심을 갖으시더라고요.^^ 살고 계신 아파트의 길고양이들이 무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미워하는 분이 없길!

  4. 근엄이
    2014.05.13 16:56

    근엄이는 저렇게 의젓한데^^...우리동네 리틀근엄이는 아직도 토끼처럼 깡총대고,되도않는 새사냥 한다고 버둥대고,
    밥 먹다 지가 미끄러지고서는 나한테 뭐라~뭐라~야옹 거리고 있으니......
    이 허당 고양이 잘 크고 있는건지요?
    라흐님네 동네로 유학을 보내면 조금 나아질까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28 12: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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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 아~ 턱시도 녀석들이 원래 그렇게 허당인가요. 리틀 근엄이의 매력도 만만치 않네요. 아직도 새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니..ㅋㅋ 우리 동네로 유학 오면 아마 교육 전문? 얼룩이가 죽빵을 날리며 가르쳐줄 거예요~

  5. SassyMissyGoldy
    2014.05.14 11:33

    참 마음이 고우신 분이군요. 저도 고양이를 기르는 사람으로써 라흐님의 글을 읽으며 울었다,웃었다 하며 다 잘 보았읍니다.
    모두 똑같이 창조주의 피조물들 인데 유독 인간만 이기심이 많은것 같네요. 마음이 저리고 아려오네요....
    건강하시고 힘내세요 ❤️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28 12:4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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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합니다. 길고양이들에게 녹록지 않은 세상이지만 짧은 묘생 동안 그저 고양이답게 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응원이 힘이 됩니다.^^

  6.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5.16 09:36 신고

    근엄이를 단번에 찾았어요~ㅎㅎ
    근엄이 찾으시는 아버님 마음이 넘 따스하세요~ 길의 고양이지만 나만의 고양이는 따로 있는 것 같아요~ㅎ
    정말 길냥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어디서 보낼까요... 어디에 있든 가끔 나타나 잘 지내고 있다고 얼굴 보여주기만 하면 좋겠어요~ ^^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5.28 12:5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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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아요. 나만의 고양이....ㅠㅠ 저에겐 얼룩이가 그래서 지금도 같이 살자 꼬드기고 있지만 여전히 밀당 중이네요. ㅎㅎ
      근엄이는 이장님? 같은 존재라 여전히 바쁘지만 이틀에 한 번쯤은 꼭 얼굴을 보여주더라구요.^^

    •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5.28 21:4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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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룩이가 라흐님 설득에 넘어갔음 좋겠어요.. 얼룩이는 정말 라흐님의 고양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