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꼭 하루를 통째로 비워 길고양이 사진을 찍고 녀석들과 함께 보내는 것이 제 소박한 낙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너무 바빠서 근 한 달이 넘도록 그러지를 못하고 있네요. 주중엔 과중한 회사 스트레스에 주말엔 집안 보수 공사까지 더해졌기 때문인데요, 작은 방 하나가 몇 년째 여름만 되면 누수 문제가 생겨 올해는 마음먹고 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집사가 날 두고 어딜 가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듯 경계하는 얼룩이.


지난 주말, 공사하시는 분이 와서 방의 상태와 건물의 외벽을 점검하느라 정신없이 따라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딜 가도 느껴지는 따가운 눈초리. 얼룩이가 저를 감시하고 있더군요. 녀석은 의외로 발이 넓어서 낮이면 여기저기를 쏘다니느라 얼굴 보기도 힘든 홍길냥인데, 이날만큼은 아무 데도 가지를 않고 마당에 꼭 붙어 있었습니다. 이따금 눈이 마주칠 때면 "집사야 어딜 가려고 그러는 거냥" 하는 듯 불만 가득한 눈빛으로 인간을 쏘아보곤 했습니다.






공사를 보조하느라 나와 있다가 뒤통수가 따가워 휙 돌아보자 어김없이 건물 뒤에 숨어 훔쳐보고 있는 녀석.






사실 녀석의 이런 모습을 처음 보는 건 아니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장판을 교체했던 날, 그날도 녀석은 건물 밖이며 주차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종일 저를 감시했습니다. 그런 녀석의 표정이 뾰로퉁해 보이기도 하고 조금 불안해 보이기도 해서 '저 녀석이 혹시 내가 어디 가는 줄 알고 저러는 건가' 싶기도 하더군요.






워낙 똑똑한 녀석이니 무슨 생각을 한다 해도 놀랍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 행동의 의미는 아마도 '내 영역에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냥!' 하는 경계심과 '집사가 이사를 가려고 하냥?' 하는 불안감이 섞인 게 아닐까 추측하는데요. 호기심보단 두려움이 더 큰 길고양이라 밖이 소란스러울 때는 늘 다른 곳으로 줄행랑을 쳤던 걸 생각하면, 역시 저를 감시하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얼룩 고양이야!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널 두고 어딜 가진 않을 테니 안심하렴.

(가더라도 널 잡아서 데리고 갈거야! -.-)









E-MAIL 구독 신청(E-mail Subscriptions)

:: 이메일 구독하는 방법 안내 ::


COMMENT

  1. 지아엄마
    2014.05.28 10:25

    냥이가 님을많이 사랑하나봐요^^ 숨어서 엄마모하냥? 혹시 나놔두고 어디가는건 아니지ㅠㅠ 그러지말라옹
    나는 엄마가 제일좋아용 그러는거같아요 숨어서 보는모습도 넘귀엽고 사랑스럽네요 언제나 길냥이들 밥상을 챙겨주시고 보호하시는 님마음 가슴뭉클해집니다 좋은하루되세요

  2.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4.05.28 21:47 신고

    ㅎㅎㅎㅎㅎ 어딜가도 데려가신다는 말씀에 찌잉~~~ 얼룩이가 라흐님댁 집냥이가 되면 좋겠어요~~ ^^
    멀리서 지켜보는 얼룩이가 넘 사랑스러워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4.06.09 16:3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사실 만일을 대비해서 모래까지 몰래 사놨는데 말이죠 ㅋㅋ 길에서 평생을 살아온 녀석이니 쉽지는 않겠죠^^ 제가 늘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3. 얼룩이
    2014.06.07 11:47

    길고양이한테 감시 당하면,사람 마음 무너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