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이가 가끔 안방 창가에 앉아 쉬고 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집이 맨 아래층인 데다가 안방의 창문 밖은 조금 외진 곳이라, 평소 길고양이가 지나다니는 모습을 종종 보곤 했습니다.

그런데 얼룩이가 창문까지 올라와 '쉬고 간다'니.. 아빠의 말이니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그 모습을 상상하면 현실감이 없고 어쩐지 우습기만 해서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죠.

그런데 지난 주말, 방에서 쉬고 있는데 갑자기 안방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야 얼룩이가 왔다!! 이리 와 봐라!!"






"나 불렀냐옹??"


그리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가보니 정말 그곳에 얼룩이가 있었습니다.

얼룩아!! 거기서 뭐 해?? 하자 녀석이 인간을 바라보는 표정은 마치 "너야말로 거기에서 뭐하는 거냥" 하는 듯했습니다.






고양이와 인간과의 거리는 불과 얇은 방충망 하나 사이,

녀석은 인간과 방 안을 면밀히 주시하더니..






용기있게 찹쌀똑을 번쩍 들어서?!






"이보게 집사 양반, 창문 좀 열어주게"

(내 딱 사료 한 그릇만 먹고 가겠네)


집사의 창문을 탕탕 두드립니다.

녀석은 아마도 '내가 갈 수 없는 저곳은 집사의 영역이고,

사료를 사냥하면 저장해두는 곳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골똘..'


얼룩아 네 생각대로, 여기는 내가 사는 곳이란다

네가 앉아있는 곳이 네 영역인 것처럼, 이곳은 나의 영역이지






그리고 집사의 영역에는 얼룩이가 탐탁지 않아 하는 멍멍이, 몽돌이도 있었습니다.

몽돌이는 워낙 성격이 순해서 길을 가다 고양이를 만나면 '반가워어~' 하고 꼬리를 흔들곤 했는데요,

몇 번 고양이들이 하악질을 하는 걸 보고는 태도가 무척 조심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이날도 제 옆에 얌전히 앉아서 얼룩이를 향해 '헥~^.^' 하는 표정으로 바라만 보고 있었죠.






그러거나 말거나 고양이에게 멍멍이란 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가 봅니다.

사료를 먹는 와중에도 경계를 놓지 않는 모습.






개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표정과,






밥 주는 집사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표정.

(너무하다 ㅠ.ㅠ)






그리고 그사이, 누나가 혼자 점심밥을 챙겨 먹었다는 얄미운 소식을 듣고 누렁이도 찾아왔습니다.






"저기에 왜 집사가 있는 거냥??"

(고개를 갸우뚱하며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바보냥?? 집사 저기에 살잖아,

다른 인간들이랑, 개랑. 

우리 사료도 저기에 잔뜩 있는 거라구!!"


궁둥이가 흘러내리는 얼룩이가 설명해 주었습니다.






"호오.. 그렇단 말이냥?"

 

누나의 말에 솔깃한 누렁이는 사료 한 줌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집사의 집을 기웃거리다,

방충망이 드르륵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그만 줄행랑을 치고 말았습니다.

(경계심이 강한 바보 녀석은 다른 곳에 따로 밥을 챙겨주었습니다.)






그리고 얼룩이는 종일 창가에서 밥도 먹고 집사와 긴밀한 이야기도 나누다가 해 질 무렵이 되어서야 돌아갔습니다.

 

얼룩아, 길 생활이 힘겨워지는 날이면

언제든지 와서 창문을 두드리렴!!

한겨울의 혹한 속에서도, 길고 어두운 장마 끝에서도

나는 언제나 너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단, 한 번 들어오면 다시는 못 나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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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2014.06.29 22:54

    비밀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