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 라이프 A Simple Life

2011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6382

 

2012-05-11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어릴 때 입양된 아타오.

양부는 일제 침략기 때 살해됐고, 능력 없는 양모는 그녀를 양씨 가문으로 보냈다.

아타오는 그곳에서 60년간 식모로 살았다."


한 집안에서 4대에 걸쳐 식모로 살고 있었던 아타오와 그가 해주는 밥을 먹고 자란 중년의 독신남 로저의 이야기. 첫 장면은 로저가 식탁에서 밥을 먹으며 소 혓바닥이 먹고 싶다고 투덜거리는 장면이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차려진 식탁에서 그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밥을 먹고 아타오는 앞치마를 두른 채 계속 집안일을 한다. 언뜻 보면 보통의 모자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아타오는 그와 한 식탁에 앉지 않는다. 단지 건강에도 좋지 않은 소 혓바닥을 먹고 싶다는 말에 발끈하며 먹지마! 하고 잔소리할 뿐.

 

성공한 영화 제작자 로저의 가족은 모두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간 상태이다. 로저만이 일 때문에 중국에 남아서 독신 생활을 하는데, 중년 아저씨가 뭐 그리 깔끔을 떠는지 까다롭게 보일 정도로 그의 생활과 습관은 규격화 되어있다. 그런 그에게 아타오란 매일 입에 맞는 음식을 해주고 옷을 세탁하여 준비해 놓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였을 것이다.

 

아타오가 중풍에 걸려 요양원에 들어가고 나서부터 둘의 관계는 미묘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아타오는 로저 가족에게 식모 이상의 존재였지만 엄연히 가족은 아니었고, 그는 홀로서기를 하기 위해 요양원 생활을 선택한다. 로저도 그의 선택을 존중할 뿐 잡지 않는다.

 

출장 후 돌아오면 켜져 있던 집의 등이 켜져 있지 않고, 직접 밥을 해보지만 그 맛은 안 난다. 세탁기 한 번 스스로 돌려본 적이 없는 로저. 요양원 생활을 하면서도 그가 걱정인 아타오가 직접 다른 식모를 구해보려 면접을 시도해보지만 까다로운 그의 입맛대로 챙겨줄 식모는 없다.

 

혼자 하는 생활에 적응해가며 로저는 종종 아타오를 찾아가 밖에서 같이 밥을 먹고, 시시한 얘기들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로저의 집에 놀러 온 친구들도 아타오의 음식이 그립다며 함께 전화해 안부를 묻는다. 병원비 일체를 부담하고 용돈도 꼬박 꼬박 챙겨주는 등 로저는 어느 친자식 못지않게 그를 챙긴다. 늦은 밤 세탁기 설명서를 탐독하고 오랜만에 온 어머니에게 직접 차를 끓여주는 장면은 그가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아타오의 병은 점점 깊어져 가고 로저와 가족들은 모두 그의 죽음을 담담히 준비한다. 한 생을 오롯이 자신들의 집안을 위해 일했던 사람이니 가족 중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고 떠나기 전까지 머무를 방과 장례 절차를 부담하기로 한다. 그리고 아타오는 떠나기 전 로저에게 무언가가 먹고 싶다고 얘기한다.(뭐였는지 기억이;) 그의 생에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해달라고 요구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그건 그의 마지막 식사가 되었다.

 

한 평생을 남의 집 식모살이로 살다가 중풍이란 쓸쓸한 병으로 생을 마감한 아타오. 그런 그의 죽음이 슬프지만은 않은 것은 주변인들의 그를 향한 진심 어린 애정과 존중 때문이었을 것이다. 로저와 가족들은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아타오의 마지막을 지켜줌으로써 사람과 사람간의 '도리'라는 것을 보여준다. 혈육을 떠나 실제로 함께 살아왔던 사람에 대한 예의,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당연히'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 우리가 알면서도 종종 잊고 사는 진정한 심플 라이프에 대한 의미를 가만히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