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들은 어떻게 영역을 배분하고 질서 있게 살아가는 걸까요?

혹시 늦은 밤에 자기네끼리 모여 동네 지도를 펼쳐놓고 회의라도 하는 걸까요.

얼룩이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길고양이의 일상이 마냥 평온할 거란 착각이 들 때도 있지만

애교 섞인 모습은 집사에게만 보여줄 뿐,

사실 길고양이들 사이에서는 꽤나 사나운 녀석입니다.

 

 

 

 

위협하는 게 아니라 하품하는 거다옹!

 

이 블로그의 얼룩이 일기에는 보고 있으면 미소가 지어지는 즐거운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주변 분들이 대체로 호의적인 편이라 그런 것도 있지만,

또 하나의 이유는 이 녀석이 자기 영역을 잘 지켜 냄으로서 다른 길고양이들의 유입을 막기 때문입니다.

얼룩이가 만일 길고양이 세계에서도 순하고 귀엽기만 한 녀석이었더라면

먹이가 공급되는 이 지역에 분명 다른 길고양이들이 더 몰려들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몇 번인가 옆 동네 길고양이들이 몰려와 같이 밥을 먹자고 했을 때

얼룩이가 등을 세우며 사납게 쫓아낸 적이 있었지요.

돌보는 캣맘이 있다고 해도 평생을 길에서 살아가야 하는 녀석이기 때문에

그런 야생성이 남아있단 사실에 오히려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뒤로 이 녀석이 자기 영역을 어떻게 지켜나가나 보니

제 가족인 엄마 야옹이, 아빠 근엄이, 그리고 어릴 적부터 친했던 상남자

이렇게 세 마리를 제외하곤 모두 쫓아내더군요.

저 세 마리가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 영역의 '허용 범위'인가 봅니다.

 

 

 

 

"이 녀석 어딨는 거냐옹!" 막내를 쫓아내기 위해 찾는 얼룩이와 화분에 숨어있는 막내.

 

그런데 얼룩이가 하나 간과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올해 봄에 태어난 야옹이 가족의 '막내'인데요,

그 당시 야옹이가 이 영역을 얼룩이에게 물려주고 내려가 출산을 하고 막내를 키워서인지

얼룩이는 이 녀석을 자기 동생이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가끔 야옹이와 막내가 먹이를 얻으러 올라올 때면

막내만을 어떻게든 찾아내서 쫓아내곤 합니다.

 

 

 

 

 

막내가 나오지 않자 기다려 보겠다는 듯 화분에 앉아있는 얼룩이.

후덕한 뒤태를 보니 웬만한 길고양이들은 겁을 먹을 만도 합니다.

 

 

 

 

겁에 질려 숨어있는 막내.

 

막내가 어디 있나 찾아보니 얼룩이의 눈을 피해 화분 안에 숨어있었습니다.

이렇듯 아직 영역을 확보하지 못한 어린 길고양이들은

어미가 독립을 시킨 후부터 성묘가 될 때까지 길고양이 세계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게 됩니다.

 

 

 

 

 

얼룩아 막내는 네 동생이야.

콩알만 한 녀석이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 좀 봐주면 안돼?

 

하고 몇 마디 거들어보고 싶지만 녀석들만의 세계에 지나친 개입은 안되겠죠.

예전에 막내가 태어나기 전, 얼룩이와 함께 자랐던 다른 세 동생이 있었습니다.

식탐이, 이글이, 코딱지였는데요

이 녀석들을 매일 데리고 나와 밥 먹는 동안 망을 봐주던 얼룩이였습니다.

그렇게 왕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던 얼룩이가 막내에게만 가혹하게 하는 것은

함께 자라지 않아 같은 무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일 것입니다.

 

 

 

 

 

결국 얼룩이는 막내를 찾아 하악 거리며 위협을 주더니 돌아갔습니다.

얼룩이도 막내만큼 작은 고양이었던 시절에

저렇게 겁이 많고 마르고 작았었다는 걸, 기억 할까요?

막내도 얼룩이처럼 건강히 자라 제 영역을 갖고 평화롭게 살 날이 오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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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3.08.23 09:42 신고

    막내의 겁먹은 표정을 보니 안쓰러워요;; 말만 통하면 얼룩이를 잘 달래보고 싶네요~
    고양이들이 자라면서 여러 영역을 돌아다니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 사람의 시각으로는 역시 떠난다는 게 쓸쓸하게 느껴집니다;;

  2. Favicon of https://catilda.tistory.com ­틸다
    2013.08.24 15:50 신고

    아... 저러는 거 보면 가끔은 미워요. 저러는 게 맞지만요.
    딴 동네 애들이 갑자기 들어온 것도 아니고
    피를 나눈 사이라면서, 게다가 작고 가녀린 애들이면 더더욱이 좀 받아줬으면 하는 게 사람 마음인데 말이죠.
    즈히집 마당냥이 모에도 그래요. 저한텐 한없이 다정한테 모르는 고양이가 들어오면 말도 못할 괭음이~ㅜㅜ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08.25 00:12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사나운 면이 있어야 살아남겠지만 막내는 네 동생이야!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ㅎㅎ 근데 최근에는 또 타협을 했는지 근처에서 밥도 먹고 하더라구요.^^

  3.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3.08.24 21:57 신고

    막내의 표정이 짠하네요..
    하지만 길고양이의 사는 방법이니 어쩔 수 없겠죠...?
    얼룩이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가요~ ^^
    더운데 잘 지내셨어요~? ^^ 이제 한 풀 꺾여서 좀 살만하네요~~ㅎㅎㅎ

  4. Favicon of https://lincat.tistory.com 적묘
    2013.08.24 23:50 신고

    같은 배에 태어난 아이들도
    성묘가 되면 각각 자기의 길을 간답니다.

    고양이과 동물들의 특징이랄까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08.25 00:0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같은 배에 태어나면 동생이 성묘가 될 때까진 돌봐주더라구요. 다 크고 나선 봐주는거 없지만 ㅎㅎ 그런데 막내에게만 저러는 걸로 봐서 제 동생인줄 모르는구나 한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