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들은 식수를 어떻게 해결할까요? 길고양이들을 보며 처음으로 하게 되는 걱정은 대체로 먹이 문제겠지만, 사실 먹이보다도 더 시급한 것이 바로 물입니다. 인간들의 필요로 인해 많은 땅이 도시화됨에 따라 우리들은 보다 편리하게 질 좋은 식수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반면에 길에 사는 생명들은 기본적인 물조차 스스로 구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집고양이들의 평균 수명이 10년 이상인 것에 비해 길고양이들의 수명은 고작 1-3년 정도. 이는 로드킬이나 인간의 학대, 영양 부족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 크게 차지하는 게 바로 식수 부족입니다. 지나가다 녀석들이 가엾다며 천하장사 소시지 등을 사다 주거나 집에서 남은 음식을 창밖으로 던져주는 고마운 분들도 많지만, 물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대체로 녀석들을 꾸준히 챙겨주고 난 후에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말에 만난 흰돌이도 한참 숲에서 뛰어놀더니 갑자기 목이 말랐는지 근처의 수돗가로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사료와 간식거리는 잔뜩 챙겨오고 물은 미처 준비를 못 했던 탓에, 미안한 마음에 수도꼭지를 조금 틀어주었습니다. 

 

 

 

 

 

그런데 뭐가 못마땅했는지 물은 먹지 않고 녹슨 바닥을 한참이나 쳐다보는 흰돌이. 고양이가 물을 먹기에는 조금 위험했던 걸까요? 손바닥에 물을 떠줘도 싫다고 하고. 주변을 둘러보다가 여기보다 깨끗하고 바닥이 안전해 보이는 수돗가를 찾아 녀석을 데려갔습니다.

 

 

 

 

"으음~ 바로 이거다냥" 깨끗한 물을 먹기 전 수질 확인을 하는 흰돌이.

 

수도꼭지도 너무 높지 않고, 바닥도 안전해 보이는 곳에서 녀석은 익숙한 듯이 코를 벌름거리며 수질 상태를 먼저 체크합니다. 아마도 이곳에서 녀석은 여러 인간들에게 물을 틀어라냥, 하고 목이 마를 때마다 요구했던 것 같습니다. 한두 번 한 장사가 아니라는 듯 표정에는 여유로움과 만족스러움이 묻어납니다.

 

 

 

 

목이 말랐었는지 한참이나 물을 먹던 흰돌이. 길고양이에게 먹이만큼 시급한 건 바로 식수입니다.

 

얼마나 한참이나 물을 먹는지 오자마자 물부터 챙겨주지 못한 게 미안할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흰돌이는 붙임성이 좋아 이렇게라도 인간들에게 흐르는 물을 얻어먹을 수가 있지만, 이곳에 살고 있는 다른 길고양이들은 어떻게 물을 구할까요. 저녁마다 캣맘이 오셔서 물과 먹이를 챙겨주시지만 이곳 관리하시는 분의 반대로 그마저도 몰래 주는 상황이라 그릇은 놓고 갈 수가 없다고 합니다. 

 

 

 

 

최근 이곳 수돗가의 수도꼭지 레버는 모두 제거된 상태. 공원에서의 물 공급도 이제는 끊긴 셈입니다.

 

인간의 도움 없이는 그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든 것은 바로 인간인데, 가끔 이렇게 밥도 물도 주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이번 주말. 흰돌이가 또 목이 마르다냥, 하고 수돗가로 이끌길래 따라가보니 깨끗한 물을 공급해주던 수돗가는 모두 수도꼭지 레버가 제거된 상태였습니다. 높은 곳에 있던 수돗가도 낮은 곳에 있던 수돗가도 모두 마찬가지. 녀석은 바짝 말라버린 수도꼭지만 할짝할짝 핥을 뿐이었습니다. 겨울철이라 수도가 얼어 버릴까 봐 그랬던 걸까요. 이유야 어쨌건 간에, 물이 안 나오는 것도 모르고 마른 수도꼭지를 핥는 흰돌이를 보자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미안해, 미안해 흰돌아 하면서 챙겨왔던 생수를 바닥에 부어주었는데도, 녀석은 흐르는 물이 아니면 싫다는 건지 뒤돌아서 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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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고양이밥차
    2013.11.18 09:38

    칭구가 티비서 봤다며 요즘 고양이는 물을 못먹어서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도시화로 인해서 특히 아파트 고양이들이 많이 죽는다 하더군요.
    저도 몰랐던 사실입니다.
    그나마 주택단지에 있는 고양이는 조금은 나을겁니다.
    하지만 겨울...물이 얼어붙어 물을 먹지 못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고양이에게 인심 팍팍 써는 세상은 언제 올까요?
    라흐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저 또한 물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는데 먼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1.20 14:51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예전에 제가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다 현기증이 난 적이 있는데, 순간 앞이 빙글빙글 돌고 어지러워서 내렸는데 물 한모금이 절실하더군요. 자판기도 없어서 화장실까지 기어가다시피 해서 수돗물을 먹었더니 살것 같더라구요. 잠깐이었던 그 순간이 그렇게 괴로웠는데, 사람이 주는 물이나 비가 아니면 물을 구할 수 없는 도시의 길고양이들은 어떨까요. 인간으로서 참 미안하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ㅠㅠ

  2. 보미
    2013.11.18 10:16

    보는 내내 마음이 찡하네요 ~

  3. Favicon of https://cleric.tistory.com 그닥수염
    2013.11.18 11:24 신고

    새벽마다 사료와 물을 챙겨주고 있지만 녀석들이 흐르는 물을 좋아하는 걸 알기에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래도 한 군데 정도 물이 많이 없어진 날은 다행이다 싶어요. 투명한 생수통을 잘라서 쓰고 있는데 눈에 좀 덜 띄는 것 같습니다. 저희 동네에도 공동 식수대가 있는데요, 주변 텃밭을 가꾸는 아주머니가 워낙 고양이를 싫어해서 거기서 물을 먹는 길냥이들은 한번도 못봤습니다. 날이 더 추워지면 부어준 물도 얼어버릴텐데 이래저래 걱정이 많아집니다. 라흐님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1.20 15:21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식수대에서 고인 물이라도 자유로이 먹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관리하시는 분들 중에 길고양이에게 관대한 분이 많지 않은것 같아요. 식수대를 인간만이 사용하려고 만든거라면 다른 생명들이 물 먹을곳도 하나쯤 남겨줬어야 할텐데 말이죠. 애들이 워낙 물을 먹기가 힘들다는 걸 알아서인지 사료통 비워져 있는것보다 물통 비워져있을때 더 뿌듯합니다. 그래도 그 지역엔 그닥수염님이 계시니 길아이들이 많이 고단하지 않겠네요.^^

  4. Favicon of https://sayheart.tistory.com sayheart
    2013.11.18 13:53 신고

    감사합니다. ㅇ_ㅇ;;

  5. Favicon of https://salt418.tistory.com +소금+
    2013.11.18 20:54 신고

    고양이들이 원래 물을 많이 먹지는 않는데 얼마나 목이 마르면 저렇게 오래 먹었을까요.. ㅜㅜ
    물 못먹어서 신장병으로 무지개다리 건너는 길냥이들이 많은가봐요...
    강동구처럼 전국에 길냥이 급식소가 생기면 좀 나을텐데 말예요... 이궁...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1.20 16:13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그러게요. 어느 생명한테나 물은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건데.. 사람들은 갈증을 그다지 느낄 일이 없으니까 길고양이들의 고통은 생각할 일이 없는 듯 해요. 물을 못먹어서 죽을 정도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길고양이들에게 물과 밥을 챙겨주는 분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6. Favicon of http://blog.daum.net/parkah99 주리니
    2013.11.19 07:04

    자연상태에서 쉽게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길고양이들의 수명이 짧을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은 헤아리겠네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1.20 16:15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네 저도 길고양이가 눈에 띄기 전에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이에요. 자연 상태에서 스스로 물을 구할 수 있는 게 제일 당연한 건데.. 그럴 수 없으니 챙겨주는 분이라도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 1111
    2013.11.19 11:07

    사람집엔 수도가있지만 고양이가사는집엔 수도가없어요 개울이나 또랑...이런게 거의 막혀있고 개울도잇다고해야 마음데로 드나들수없게 뭘많이 쳐놓고 그렇습니다 겨우 빗물정도의지하고사는데...그 빗물이라고 어디 맘놓고먹을수잇는것도아니져 간혹 길에고인 더러운물 쓰레기주변 고인물먹는 동물들모습보면...참...눈물납니다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1.20 16:18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맞아요. 길고양이들이 물 먹는 모습 보면 정말 안타깝죠. 여름엔 고여있는 빗물을 먹거나 겨울엔 눈까지 녹여먹기도 한답니다. 자동차에서 나온 물을 먹고 죽는 고양이도 많구요.. 많은 분들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8. Favicon of https://hansik07.tistory.com Hansik's Drink
    2013.11.19 14:35 신고

    식수가 가장 시급한 문제군요!!
    잘 알아 갑니다!!

  9. Favicon of https://mrsnowwhite.tistory.com 아스타로트
    2013.11.19 17:30 신고

    똑똑하게 물 마시고 싶다고 수돗가로 가자고 하는군요~
    챙겨주는 사람 없으면 스스로 물을 구할 수 없으니 걱정입니다;ㅁ;
    사료 챙겨주시는 분들 중에 물도 같이 챙겨주면 좋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 Favicon of https://rach02.tistory.com 라흐 
      2013.11.20 16:21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인간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못살게 환경을 조성해 놓고, 책임감을 느끼긴 커녕 인간에게 피해를 주니 밥과 물을 주지 말라는 사람들.. 마음 속에 어떤 것이 들었나 가끔 의문이 듭니다. 그나저나 이 녀석 똑똑하죠?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인간에게 요구하는 방법을 알아요.. ㅋㅋ

  10. Favicon of https://daumview.tistory.com Daumview
    2013.11.22 13:26 신고

    안녕하세요. Daum view입니다.
    축하합니다. 2013년 11월 4주 view어워드 '이 주의 글'로 선정되셨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리며, view 활동을 응원하겠습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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